5 월에 읽는 시 만이천원의 행복 이정란 (주부·신음동 삼보아파트) 돼지족발 생각이 난다는 삐딱구두 신은 50대 그녀랑 황금시장 먹자골목에 갔다 화장실이 깨끗하다는 이유로 한두 번 안면 익힌 순대집에 들어가 돼지족발 선지국 막걸리 한 병 시켜 자리 잡고 펑퍼짐 앉았다 늦도록 손님이 밟은 주인 얼굴은 흰자위가 도드라져 보이고 한산한 틈타 손님에게 하는 서비스인지 막걸리 병 흔들어 뚜껑까지 따주는데 한 사발은 족히 넘쳐 아까운 듯 눈으로 핥고 있으니 선 지국 반 그릇 덤으로 나온다
술이 주는 선물일까 옆 테이블 손님과도 경계를 허물고 몇 번 스친 인연보다 더 살가운 웃음 나누고 겨우 만이천원에 행복한 우리는 순대국집을 나와 그녀가 겪은, 살아가면서 제발 부딪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흔들리는 밤공기 속을 축축하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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