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월에 읽는 시> 그 늘
김수화(시인·부곡동) 잊혀 진다는 것은 푸새처럼 외롭다 우리 집 마당에 식구들 이름까지 붙여 욕심껏 들여놓은 갖가지 나무들, 작은 꼬챙이처럼 어린 것들이 아이들 커가듯 쑥쑥 자라는가 싶더니, 옥상을 훌쩍 넘어 옆집을 기웃거리며 그늘지게 하는 게 마음에 걸려 밑둥치를 톱으로 자르다가 힘에 부쳐 쉬었다 한다는 것이 그만, 톱을 꽂은 채로 잊고 말았다 그런데, 올 봄 그 라일락 한 그루 저도 맥없이 주저앉고 싶지 않았을까, 날카로운 톱날을 품은채로 얼마나 많은 꽃송이를 달았던지, 제 무게에 눌려 혼자 서 있기도 위태롭게 보이는데 새둥지까지 품고 있다 배신의 아픔과 상처 받은 몸으로 혼을 토해 내듯 피워 올린 꽃그늘이 애달피 눈부셔 가슴으로 옮겨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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