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자(사진·70세)씨가 ‘한국시’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등단을 했다. ‘한국시’ 6월호에 ‘갈대’, ‘봄 손님’, ‘도롱이’ 등 3편이 당선돼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 것. 언제나 마르지 않게/새 물을 받아들이는/봇도랑가에/기품 있게 자란 갈대 선비/하늘이 준 붓으로 글을 쓴다//맑은 물 위에 쓰기 바쁘게/물이 삼키고 흘러간다//해가 서쪽으로 기우니/붓은 더 커지고/선비는 바람의 힘 빌려 다시 쓴다//구릿빛 촌로의 가슴에 담아주려고/큰 글씨, 하늘로 잠시 옮긴다//붓 멈추지 않는 갈대 선비/그늘 밑으로/모래알 살랑이며/송사리 무리지어 소풍을 간다 당선작 ‘갈대’ 전문이다. 심사는 송영택, 김송배, 채규판, 김해성 등 시인이 맡았는데 이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진솔한 성정(性情)과 섬세한 감각으로 시적 진실과 자연과의 교감을 형상화시키고 있으며 특히 정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시와 삶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표현미가 뛰어나기에 당선시켰다”고 밝히고 “요즘 젊은 시인들보다 넉넉한 자기발현사상과 시적사상을 수련한 시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정자 시인은 당선소감을 이렇게 썼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6.25사변을 겪었습니다. 못 입고 못 먹고 못 배운 것이 한이 돼 마음에 담아온 삶을 글로 쓰고 지우고 하면서 지내다 때늦은 황혼에 좋은 스승을 만나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란 생각을 합니다. 내가 쓴 시가 보는 이의 마음을 얼마만큼 따뜻하게 할 수 있을까. 옛날 어린 시절 비료포대 종이에 글을 쓸 때 그때를 생각하면 고희가 넘어 등단이라니 앞으로도 보물같이 살아온 삶을 쓰고 싶어 펜을 들게 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나에게는 즐거움이자 고통이기도 합니다. 그 고통을 감수하면서 계속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오늘 이 자리, 이 나이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지난날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개령면 덕촌리에서 출생해 김천문화학교 시창작반에 등록, 시공부를 하고 있으며 그동안 매일신문 한글백일장 차하,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 경북서예대전 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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