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 소치는 아이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 라는 시조를 쓴 조선후기의 학자며, 문신인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 1629~1711)선생은 김천 직지사(直指寺)의 승려인 성항(性沆)이 사재(私財)를 털어 곡식을 모으고 죽을 쑤어서 굶주린 백성들을 구휼(救恤)한 내력을 알고 성항(性沆)스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스님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율시(律詩) 한 수를 지어 주었다는 기록이 있어 직지사와 스님들이 백성을 사랑한 마음을 전하고자 이 시(詩)를 발표합니다.
성항(性沆)스님이 사재(私財)로 굶주린 백성을 구휼함에 감사 藥泉 南九萬 머리가 희고 눈썹이 긴 한 늙은 스님 / 皓首厖眉一老師 ,백성들의 굶주림 매우 슬퍼하여 걱정하였네 / 深悲飢火惱蚩蚩 ,자비심은 절로 교리를 공양하였고 / 慈心自有交梨供 ,법력은 다시 보벌이 따랐다오 / 法力還將寶筏隨 .징관의 재주 관리에 합당하다고 모두 말하나 / 皆道澄觀才合吏 ,어찌 천성에 시를 좋아하는 영철만 하겠는가 / 豈如靈澈性耽詩,사람들을 사랑하면 끝내 구제할 수 있으니 / 可知愛物終能濟 ,우리네 관리들이 도리어 그대에게 부끄럽네 / 吾輩爲官反愧伊
◆註解 [註1]자비심은……공양하였고 : 교리(交梨)는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신선의 과일인데, 이 스님의 자비심이 지극하여 교리와 같은 좋은 음식을 굶주린 백성들에게 공양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註2]법력은……따랐다오 : 법력은 불가(佛家)의 말로 불법(佛法)의 위력을 이르며, 보벌(寶筏)은 보배로운 뗏목이나 배라는 뜻으로 중생(衆生)들을 인도하여 고해(苦海)를 건너 피안(彼岸)에 이르는 불법을 이르는바, 불법의 위력으로 백성들의 고통을 구제하였음을 비유한 것이다. [註3]징관(澄觀)의……하겠는가 : 징관(澄觀)과 영철(靈澈)은 모두 당 나라 때의 고승(高僧)이다. 징관(澄觀)은 산음(山陰)에 사는 하후씨(夏侯氏)의 아들로 화엄종(華嚴宗)의 네 번째 조사(祖師)인데, 처음에 오대산(五臺山)의 청량사(淸涼寺)에 거주하였으며, 헌종(憲宗) 때에 대통청량국사(大統淸涼國師)라는 칭호를 받았다. 영철(靈澈)은 자(字)가 원징(源澄)으로 월주(越州)에 사는 탕씨(湯氏)의 아들인데, 특히 시(詩)를 잘하여 시집이 있다. 이는 곧 직지사(直指寺)의 승려가 징관(澄觀)과 같이 훌륭한 재주가 있어 관리가 될 수 있으며, 또한 시(詩)를 좋아하였음을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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