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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집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서정시학)이 발간됐다. ‘고원에 바람이 불다’, ‘산맥을 넘다’, ‘길에 부는 바람’, ‘혜초는 서쪽으로 갔다’, ‘다시 길 떠나는 그대’ 등 61편의 연작시(‘-혜초의 길’)가 수록돼 있다. “아직도 못 배운 운전 길 걸어가며 시구를 떠올리곤 했다. 지하세계로 난 게단을 오르내리면서 버스 손잡이를 잡고 바깥 풍경을 보면서 떠올린 것은 이상하게도 신라의 구법승 혜초였다. 그는 오만 리 험한 길을 도보로 갔는데 나는 편하게 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 실크로드 여행 이후 십 년 동안 혜초가 걸었던 길을 생각하며 쓴 일종의 연작시, 이제 완성하였다. 세상의 모든 길에게 이 시집 바치고 싶다.” ‘시인의 말’ 전문이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과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이승하 시인은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천인. 그동안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 등 아홉 권의 시집과 시선집 ‘젊은 별에게’, ‘공포와 전율의 나날’,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상재했다. 혜초는 신비에 쌓인 인물이다. 우리 역사에 그에 관한 기록은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하게 적용될 수 있는 캐릭터이다. 이승하 시인은 역사적 현재성의 문제와 무관하게 자신의 체험과 관련해 문학적 상상력의 날개를 활짝 펼친다. 노숙인 혜초에게서 있을 수 있는 ‘동굴의 여인’ 모티프이다. 그가 길을 가다가 동굴 속에서 수면을 취하려고 한다. 이때 낯선 여인이 유혹한다. 충분히 있음직한 얘기이다. 이 얘기를 이승하 시인은 소년기 체험에 대비시킨다. 내 어린 날의 김천시 아랫장터/미친 여인 하나가/머리 산발한 채 춤추고 있다/웃으며, 연신 웃으며 손짓한다/나와 하룻밤 같이 자자고/여인의 교성에 진저리를 치며 깨면/축축하게 젖어 있는 등판/내 신심은 아직도 어두운 들판이다 이승하 시집 ‘천상의 바람…’에 수록된 연작시 ‘혜초의 길 3’인 ‘순례자의 꿈’ 부분이다. 이것은 이승하 시인이 혜초의 삶에 동화돼 가고 있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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