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양로원 뒤뜰에 떨어지는 가을 햇살은 처량하다 못해 처연하다 어머니가 떠난 뒤 쇠락한 담장이 기울고 지친 가을은 늙은 호수를 기웃거리며 누굴 기다리고 있다 세월을 낚겠다던 내 쓸쓸한 어깨 위로 야윈 햇살이 졸고 해질 무렵 허망한 꿈이라도 낚을까 한줌 바람에도 흩날리는 빈 콩깍지 같은 인생 겨울 오기 전에 떠날 채비를 하자 세상 사는 게 별 게 있냐만 때 묻은 미련 같은 삶도 두 손 탁 놓으면 그만인데 뭐 그리 아쉬운가 늙은 호수에 가을마저 떨어지면 나 돌아가리라 가벼운 마음으로 소풍 떠나듯 아무 근심 걱정 없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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