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신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버지는 일어나시질 못하셨다.
속이 메스껍다고 몇 번 헛구역질을 하시고는 손수 우릴 불러 병원에 오셨는데 병상에 누우신 후 그만 일어나시질 못하는 것이다.
혈압은 이백이 넘었고 뇌혈관도 한 쪽이 막힌 상태라 의사도 지켜보자는 말씀만 계속하셨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 얼굴은 한 쪽으로 점점 기울었다.
난 사람의 얼굴이 흙더미가 무너지듯이 쓰러지는 걸 지켜보기만 하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참으로 무섭고 한심했다.
아흔이 넘도록 너무나 건강하셨기에 조금 있으면 나아질 것 이라고, 이렇게 누워만 계시는 것이 거짓말 같았지만 속수무책 바라보기만 하였다.
온 몸을 내내 주물러드린 덕인지 겨우겨우 기력을 되찾으시면서 아버지는 헛소리를 하시며 또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병원이라 하는데도 여기가 어디냐, 나를 왜 이런 허허벌판으로 데려왔느냐, 너무 춥다, 빨리 집으로 가야지 하시면서 모인 식구들을 재촉했다.
그날 밤도 아버지는 자꾸 춥다고 하시며 몸을 웅크리셨다.
집으로 가자는 말씀을 또 만류하며 우리 네 자매는 아버지 발을 씻겨드리기로 했다.
밤 열두시가 넘은 6인실 병동의 공동 세면실로 발소리 숨겨 가며 아버지를 모셨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자주 우리 발을 씻겨주셨다.
소화가 안 되거나 감기 기운이 있거나 먼 길을 다녀오는 날이면 아버지는 깊은 양동이에 뜨건 물을 받아와서 어느 식구 앞에서건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의 세족을 받은 밤이면 꿈조차 달고 맛있었다.
늘 받기만 하던 몸들이 이제야 아버지 발을 잡아보는데 뒤꿈치가 온통 고목껍질이다.
굳을 데로 굳어 물기조차 스밀 틈 없는 발, 그래도 촉수는 살아있어 자꾸 뜨겁다 하시는 걸 꾸역꾸역 물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것도 샘이 나서 좁은 양동이 속 네 자매의 손이 웃음소리와 함께 분주하다.
몇 번의 뜨건 물을 갈아내며 아버지 발을 오래오래 씻겨드렸다.
시원하다 하시는 아버지 눈이 눅눅하게 젖어드는 걸 보았다.
평생을 기도의 눈물과 싸우며 우리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던 쇠처럼 단단한 아버지가 울고 계셨다.
젖은 발을 바라보는 우리 눈도 촉촉하게 젖어가고 마른 잎처럼 부서져 가는 6인실 노인 병동도 그날 밤은 무르고 부드럽게 젖어갔다.
그렇게 마지막을 보일 것 같았는데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셨다.
다행히 몸은 괜찮으나 그때 후유증으로 아버지 얼굴은 왼쪽으로 기울어지셨다.
거울을 치웠다가 며칠에 한 번 슬쩍 꺼내보는 듯하다.
아버지 기운 얼굴은 눈물이지만 남은 반은 상대적으로 더 웃는 입이 되었다고 부녀가 서로 위로한다.
이전보다 처진 눈을 들여다보며 기운 얼굴을 자꾸 세우는 때 늦은 내 손바닥, 가슴이 온통 먹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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