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 한 상자 자동차에 싣고
지좌동 1번지 곱창 지나 태양반점 지나
곱창 같은 길에 두릅처럼 엮여있는 마을 사이
두 번째 정자나무를 보내고 어머니에게 간다
삽작걸 차 소리에 배꽃 웃음이 현관문을 나오는데
오늘은 가로등 아래 서리태가 길이 엇갈렸다며 눈을 껌뻑인다
농사일에 비하면 그저 먹기라던 희망근로를 가신 건가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고랑에 풀 한포기 없는 텃밭
수원으로 경주로 택배 부치느라
벗겨진 옥수수 껍질이 댑싸리만큼 살이 붙었다
도라지는 몇 년을 한곳에 있어 몸이 뒤틀리나
이제야 핀 땅콩 꽃 피우자마자 지면 그게 세상살이인 줄 알 텐데
포도송이처럼 재잘대는 아이들 있어
걱정 덜 한다 해도
너무 잘해주진 마요
들어줄수록 요구가 많은 법이니까
후록스 향기 한가득 싣고
혼자 된 어머니를 밤마다 안고 재우는 아버지 없어도 잘 돌보는 아버지 대신한 집을 떠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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