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의 상처엔 어느새 거뭇한 딱지가 앉았다
다른 손가락으로 깔짝대다 되레 상처를 덧대고 아무렇게나 뭉쳐둔 넋두리가 바지주머니에 가득하다
길가엔 어설픈 전단지들만 예쁜방월세 원룸투룸미투방있음 오빠 연락줘요 자기들끼리 지껄인다
수백 번을 찍어도 남겨지지 않는 발의 자국과 근처 시장서 요란한 노랫가락에 늘어지는 엿가락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철 지난 남방에 남겨진 목 땟자국 오늘도 마음의 생채기를 세제 삼아 북북 밀쳐대고 빨아대고 두들긴다
서류가방 끈은 어깨통증을 진단 받고 끊어진지 넉 달이 넘었고 그 아픔 후로 눈이 마를 시간은 짧다
창가 너머로 내다보이는 길 저 끝 기린이 걸어가 내 눈이 맞물리면 목을 따라 점선 잇기 마지막 연장선 끝엔 둥글게 안아주는 하늘이 있다
*매일한글백일장 대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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