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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생각하며>상처

윤철순(수필가)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0년 11월 25일
“아얏!” 도마 소리 요란하게 쿵쾅댔더니 기어이 손을 베이고 만다. 그것도 시래기국 끓이는데 웬 수육이 필요하다고 실팍하게 왼쪽 장지 한 귀퉁이를 쓸어 넣었다.

‘빌어먹을! 가뜩이나 속상한데 이게 뭐람.’

어젯밤, 남편과 사소한 말다툼 끝에 화가 난 남편, “집구석에서 뭐 한다고 잠이나 퍼 자면서 배부르니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지? 고생 안 시키려고 아등바등 대면서 사회 생활하는 남편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당신 이러지 못해! 이게 뭐야? 살만 뒤룩뒤룩 쪄 가지고, 할 일 없으면 괜한 사람 트집 잡지 말고 운동이나 해서 비계 좀 빼라 빼!”

현관문이 터지라고 꽝 닫고선 휭~ 나가버린다.

“뭐야? 비계? 그럼 내가 돼진가?” 뒤꼭지에다 대고 소리쳐 보지만 이미 남편은 앞마당을 가로질러 휭하니 나가버린다.

‘그래, 내가 뺀다 빼! 살 빼서 예쁘고 비싼 옷 사서 입고 살랑살랑 바람 날 끼다…. 아니 뭐 난 찌고 싶어 찌나, 자기랑 애들 먹다 남긴 것 버리기 아까워 먹고 맛있는 반찬은 자기랑 애들 먹이려고 내 입에 넣지 못하니 계모임, 동창 모임이다 무슨 모임이 있는 날이면 사흘에 죽 한 그릇도 못 먹은 사람마냥 허겁지겁 남이 먹을 새라 쑤셔 넣다 보니 이리 됐지, 나도 왕년엔 허리가 24인치였다는 말씀!’ 속이 부글부글 끓어 죽을 지경이다.

‘거울에 비춰 보니 아직 쓸 만한데 이 정도 가지고?’

그런데, 옆구리 삐져나온 것이 조금 흉하다. 배를 힘껏 집어넣으니 숨도 쉴 수가 없다. 어디 보자, 체중계에 올라서니 어렵소 예전엔 쌀 반 가마니 무게이더니 한 가마 무게에 가깝다.

언제 이리 됐지? 그날부터 식구들 남긴 밥 아까워도 쓰레기통에 싹싹 버리고, 보글보글 청국장에 완두콩 넣은 윤기 흐르는 밥, 아무리 구미가 당겨도 참아 내야지. 이틀을 넘기니, 쪼르륵 쪼르륵 위장이 반란을 일으키고, 남편의 애정 표현에도 무덤덤, 천장엔 삼겹살과 상추쌈이 오락가락, 아~ 쉽지 않구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침만 꼴깍.

남편에게 이렇게 무시당했는데, 참자 최면을 걸어 봐도 아니 먹고는 못 베기겠다.

청국장에 밥 비벼놓고 양념 냄새 폴폴 나는 어제 새로 담근 포기김치 쭉쭉 찢어 밥숟가락인지 밥주걱인지 모를 만큼 떠서 입에 쑥 넣어 씹어 보니 이게 천국이라! 아함, 눈알도 나오고 행복해진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바지 지퍼가 잠기질 않는다. 툭 삐어져 나온 허리에다 볼록 나온 똥배까지 가관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한 달 뒤 즈음엔 날씬한 몸매를 만들어야 하는데, 오월이면 옷도 얇아지고 남편과 동반 모임도 있는데 창피하다고 집에 있으라면 어떡하지? 그날부터 하루 한 끼씩만 먹으니 빙그르르~~~ 일주일 만에 병원 신세지고 말았다.

남편 왈, “니 다이어튼가 뭔가 그거 했더나? 야! 생긴 대로 살아라, 난 니는 통통한 게 더 좋은 기라. 잉!”

‘뭐야?? 날 보고 비곗살 빼라 해 놓고 뭐라고? 어이 보소! 남편씨, 난 말이오! 당신 한마디에 충격 받아, 먹고 싶은 것 참느라 죽을 용을 썼는데 이제 와서 뭐라카노? 속으론 그래도 한심타 이거제?’

이왕 받은 상처 꼭꼭 되새김질해 날씬해 질 끼라.

밥 한 공기를 반 공기로 줄이며 아이들 밥 그릇 힐끔댈지라도
“어이 당신 섹시한데?”

눈동자 빛날 그날까지 투쟁하리라!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0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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