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이맘때만 되면 외투에 목을 집어넣고 동네 꼭대기에 있는 교회를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 적이 있었다. 교회는 다니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를 전후해서 일주일 정도는 열심히 다녔던 어릴 때의 기억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어 가슴에 남아 있다. 교회에 가서 열심히 하면 우리 집에 산타가 꼭 올 것만 같아서 의도적으로 12월엔 그렇게 교회를 다녔던 것 같다.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 갔었다. 딸과 아들은 벌써 3층으로 올라가 산타할아버지가 주실 선물을 찜해 놓으려고 흥분되어 있었다. 1학년인 아들은 당연히 산타가 있다고 아직도 믿었고 4학년인 딸아이는 의심 반 믿음 반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비싼 장난감을 고른 아들을 보고 산타할아버지는 너무 비싼 걸 고르면 그 집에 오지 않는다고 하자 다른 선물로 눈길을 바꾸고 만다. 아직은 순수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어서일까? 착한 일을 한 친구에게는 루돌프를 타고 온 산타가 선물을 전해 주러 온다고 믿는 그 마음이 아이다운 순수함인 것 같다. 하지만 4학년인 딸이 지금까지 산타의 존재를 믿는 건 그럴만한 사건이 있어서이다. 3학년 때 자기반 여자 친구가 이브날 밤에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깼었다고 한다. 화장실을 갈려고 거실에 나왔는데 자기 집 트리 밑에 빨간 산타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있었다고 한다.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짧게 질렀는데 그 할아버지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내렸다고 한다. 주택이라 다행이었을까? 아파트라면 그 할아버지는 어디로 뛰어 내렸어야 했을까? 그 이야기를 학교에 와서 반 아이들에게 해 주었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뒤로부터 산타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고 했다. 창문으로 뛰어 내리는 산타의 뒷모습에 놀란 그 친구는 절대적으로 산타의 존재를 신뢰하게 되었다고 한다. 4학년이면 요즘 시대에 순수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보이는 걸 그대로 믿는 순수한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천사의 모습을 한 사람인지도 모를 일이다. 친구의 사건 하나가 반 아이들을 전부다 산타의 존재를 믿게 한 건 우습기도 하지만 감동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다치지 않는 작은 세상의 이야기가 훈훈하게 다가왔었다. 아직도 산타가 온다는 믿음으로 선물을 고르는 딸아이의 순수한 모습이 웃음을 짓게 한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그렇게 순수하게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 누가 보지 않아도 마음속의 양심의 가책을 느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 그런 사람, 힘들겠지만 작은 바람이다. 엄마로서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살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순수한 모습이 보기가 좋은 것이다. 빨간 옷을 입고 하얀 수염이 난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내가 어릴 때 기다렸던 크리스마스의 한 장면처럼 웃음 짓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지길 바란다. 나이가 들어가도 난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나에게도 산타가 나타나 내가 바라는 선물을 두고 가기를 기대한다. 아줌마가 되어도 그 마음속에는 산타가 살고 있는 것 같다.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마지막 소원을 산타가 들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뭔가 바라는 마음들을 다음 해에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이 내가 기다리는 선물이다. 값을 따질 수 없이 비싼 선물이긴 하지만 다 이뤄질 수도 없는 일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기다릴 것이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이 되면 우리 집에 찾아 올 그 순수한 감동의 순간을 어린아이의 마음이 되어 기다릴 것이다. 진짜로 산타할아버지가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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