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 아빠가 졌다. 시키는 대로 해야 돼. 먼저 상추 한 장 집어서 비계하고 뼈 붙은 고기 한 점 얹고 마늘 한 쪽 얹고 된장도 한 번 찍어야지. 졌으니까 시키는 대로 해. 파가 매우니까 파도 올려야지. 그렇게 싸서 꼭꼭 싸서 입에 쏘옥 집어넣고 깨물어, 다 먹어.
졌으니까 딱딱하고 매운 거 먹는 거야. 고기도 알맞게 뜨거운데 진사람 거. 가위 바위 보는 네가 잘하지.
그럼, 그럼. 아빠는 가위 바위 보를 잘 못해. 그래서 뜨겁게 익은 고기도 뼈째 먹고 매콤한 파와 마늘도 얹어서 먹고 맵고 짠 것도 찍어서 먹는 거지. 씁쓸한 깻잎도 참고 먹는 거야. 그런데도 왜 자꾸만 지고 싶은 걸까.
그 순한 양처럼 그렇게 자라라. 아빠에게 속고 좋아하는 순함 그대로 남들에게 속아서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가지고 그대로 자라라. 오늘 밥상만큼이라도 후한 인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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