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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월에 읽는 시>저녁 밥상

이병철(시인 ·김천고 교사)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02월 24일
가위 바위 보
아빠가 졌다.
시키는 대로 해야 돼.
먼저 상추 한 장 집어서
비계하고 뼈 붙은 고기 한 점 얹고
마늘 한 쪽 얹고
된장도 한 번 찍어야지.
졌으니까 시키는 대로 해.
파가 매우니까 파도 올려야지.
그렇게 싸서 꼭꼭 싸서
입에 쏘옥 집어넣고 깨물어, 다 먹어.

졌으니까
딱딱하고 매운 거 먹는 거야.
고기도 알맞게 뜨거운데 진사람 거.
가위 바위 보는 네가 잘하지.

그럼, 그럼.
아빠는 가위 바위 보를 잘 못해.
그래서 뜨겁게 익은 고기도 뼈째 먹고
매콤한 파와 마늘도 얹어서 먹고
맵고 짠 것도 찍어서 먹는 거지.
씁쓸한 깻잎도 참고 먹는 거야.
그런데도 왜 자꾸만 지고 싶은 걸까.

그 순한 양처럼 그렇게 자라라.
아빠에게 속고 좋아하는 순함 그대로
남들에게 속아서 상처받지 않을 만큼만 가지고
그대로 자라라.
오늘 밥상만큼이라도 후한 인심으로.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0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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