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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원이 엄마

배영희-(교육학박사·효동어린이집 원장)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17일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는 그 마음은 어떤 것일까.
지난 달 친구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우리들도 참 많이 울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아침밥 잘 먹고 출근한 그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다. 도대체 사람의 목숨이라는 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인가.

내일 모레 결혼 시킬 자식을 두고 예식장에 설 아버지가 차디찬 땅 속에 묻힌 것이다. 아내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당신 예쁘다”고 말하던 남편이 단 한번 예고도 없이, 잘 있으라는 인사말도 없이 그렇게 먼 길을 훌쩍 떠난 것이다.

평생 서로 의지하고 살자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아직도 아내는 믿겨지지 않아 홀로 빈 방에서 꺼이꺼이 울고 있다. 어떻게 살까. 어찌하면 좋을까.

지난주는 우연한 기회에 안동대학교 박물관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원이 엄마의 편지를 읽게 되었는데 뱃속의 어린 자식을 두고 서른한 살의 젊은 남편을 먼저 보낸 원이 엄마의 편지는 너무 애절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가로 58cm, 세로 34cm 한지에 붓으로 빼곡히 써내려간 한글 편지엔 서럽고 쓸쓸하고 황망한 아내의 심정이 강물처럼 굽이친다.

남편 이응태의 무덤은 1998년 안동시 정상동에서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조선시대 미라와 함께 발굴되었다. 그런데 원이엄마의 이 편지는 450년 동안 하나도 손상되지 않고 시신을 감싸 안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더 가슴 뭉클한 것은 아내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삼 껍질과 함께 꼬아 만든 미투리(짚신)가 머리맡에 있었는데 ‘이 신 신어보지도 못하고’라고 쓴 걸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아!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 100년도 못사는 우리네 삶,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돈은 아무리 많아도 자꾸 더 가지고 싶은 것이고 명예 역시 높아질수록 더 높아지고 싶은 것이라 한다. 그러니 우리는 언제까지 돈과 명예를 위해 끝없이 달려가야만 하는 것일까.
아직도 울고 있는 내 친구와 원이 엄마의 편지를 읽으니 왠지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소중함을 느낀다. 언제나 똑같을 것 같아도 주름이 하나 둘 더 생기고 세상엔 영원한 게 없는 것 같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좋은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라는 노랫말처럼 내 가족과 함께 오늘 하루도 오순도순 정겹게 살자.

남보다 좀 부족하면 어떠하고 남보다 좀 못생기면 어떠한가. 그저 아프지 말고 내 옆에서 흰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그렇게 손잡고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

그렇게도 춥던 겨울이 가고 새봄이 왔다. 수양버들 끝에는 연둣빛 물이 오르고 땅속엔 봄기운이 이글이글 솟아오른다. 우리네 마음도 꽁꽁 동여매었던 겨울을 툴툴 털어버리고 파릇파릇 새싹 하나 심는 그런 새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욱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처음만난 그 느낌으로 다시금 돌아가는 새봄 되었으면 좋겠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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