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6-04 03:36:59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수필

여성수필-버들강아지

강순희(주부 ·부곡동 우방아파트)
정효정 기자 / wjdgywjd666@naver.com입력 : 2011년 03월 24일
ⓒ (주)김천신문사

수많은 강아지들이 있지만 야생화 압화(押花) 공예에 필요한 것은 버들강아지뿐이다. 지난해 재료준비를 한다는 것이 그만 때를 놓쳐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올해는 꼭 해야지’하면서 또 미루다 보니, 집 근처에 있는 버들강아지는 벌써 다 핀 뒤라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만 같았다. 꽃샘추위는 온갖 심술로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지만 뒤늦게 꼬리를 흔드는 버들강아지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날 오후, 눈이 가물거리는 남편은 못 이긴 척 따라 나섰고 오랜만에 시내를 벗어났다. 조마다리 근처에 있는 개울로 목적지를 두고 일단은 가 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물이 잘 오른 버들강아지가 여기저기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었다. 이쪽은 해를 많이 받아서 그런지 건강한 강아지들만 모여 있네. 부실한 강아지 찾으러 개울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일단 주차를 해 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개울을 건너야만 뭔가 답이 나올 것 같았다. 물이 많지 않아서 건너가는 것은 별 문제가 없었다. 징검다리 건너듯 물막이 위를 살짝 뛰면서 희망도 한 발짝씩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반대편은 해를 절반만 받아서 늦게 피는 버들강아지도 분명 있을 거야. 내가 찾는 게 있으면 다행인데 만약에 없으면 남편한테 미안함을 어떻게 대신하지. 집에서 실컷 잠이나 자라 할 걸 둑길을 걸어가는데 두 마음이 교차한다.

그러던 중, 땅을 밀어 내고 올라오는 풀들 사이로 냉이가 섞여 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버들강아지 못 잡으면 대신 냉이라도 좋지 뭐. 내가 지금 캐지 않으면 냉이는 꽃다지한테 치여서 못 살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놔두고 빈손으로 가면 무슨 재미란 말인가. 냉이를 캐느라 버들강아지 생각은 잠시 잊었다.

둘이서 냉이를 캐다 보니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시골스러움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신나게 냉이를 들고 개울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큰 돌들이 철망에 갇혀 있어서 천천히 내려갔다. 물가 가까운 버들강아지는 한창 힘을 쓸 때고 내가 감당하기엔 무리인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저렇게 물 잘 오른 버들강아지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 갈 수 없어 그 주변을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그때 서열에서 밀려났는지 약해 보이지만 자기를 봐달라는 버들강아지가 꼬물거렸다.
“으메~ 이쁜 거 너거들 어째 여기 다 모였냐잉~?” 전라도 말투가 순간 섞여 나오고 말았다. 이제부터 도둑질은 시작되고 인정사정 봐줄게 어디 있나. 가늘고도 줄기가 휘어버린 것만 골라서 내 가위질은 바빠졌다. 남편 딴엔 도와준다고 하기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잘 모르고 큰 것만 잘라 댄다.

“난 큰 것 필요 없는데…….” 약간 비꼬는 말투에 남편은 잠깐 하다 그만 포기하고 나의 행동을 보기만 했다. 그 넓은 곳에서 보는 사람은커녕 도둑질도 이렇게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다니 기회를 잡은 것이다. 금은방은 몇 분 만에 마음 졸여 잡히는 대로 확 쓸어 가는데 난 남는 게 시간이니 말이다.

회색, 약간 붉은색, 누런색. 내가 원하는 것들이 그곳에 다 있어서 로또 당첨된 것 같아 “대박이다” 압화에 쓸 재료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형태와 천연색 그대로가 좋기 때문이다. 신명이 난 나를 보고 남편은 “이왕이면 이것도 하지~ 언제 또 오겠어” 도둑질을 부추긴다.

그날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내친 김에 잘 다녀 왔다. 집에 오자마자 냉이무침을 만들어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니 욕심이라는 게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 많은 것을 적당한 크기로 손질해서 압판에 층층이 누르니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늘어난다.

짧은 봄, 집 밖으로 더 많이 나가서 봄을 싹 훔칠 거다.
정효정 기자 / wjdgywjd666@naver.com입력 : 2011년 03월 24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국민의힘 박근혜 후보, 사전투표 막바지 유세… “율곡동 4대 핵심 비전으로 혁신도시 완성”..
김천소방서, 6‧3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소 안전관리 지도점검..
김상동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운각 회동… 10년 전 인연 이어져..
김천시립도서관, 주제별 소장 도서 전시회 개최..
김천시보건소, 제39회 세계 금연의 날 맞아 ‘릴레이 금연 캠페인’ 추진..
사전투표 첫날 오전 10시 김천시 투표자 4,133명… 대곡동·율곡동 ‘초반 강세’..
김천대학교, AI 미디어 교육 성료 !! 경북 청년 콘텐츠 인재 양성 본격화 !!..
나영민 더불어민주당 김천시장 후보, 대곡동서 가족과 사전투표 마쳐..
이철우 도지사·임종식 교육감 후보, 사전투표 첫날 나란히 투표소 찾아..
무소속 기호 7번 정재정 김천시의원 후보, 대신동 민심 파고드는 ‘주민 체감형 4대 공약’ !..
기획기사
김천시가 시민의 일상 가까이에서 삶을 지키고 다시 일어설 힘을 보태는 ‘복지 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 단순히 지원금을 지급하는 일차원.. 
2026년 김천시는 다양한 색채로 표현되는 도시 브랜드 축제를 선보이며 전국 단위 관광 거점 도시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체 탐방
김천시(시장 배낙호)는 10월 이달의 기업으로 다다마㈜(대표 박성락)를 선정하고 지난 22일 김천시청에서 선정패 전달식과 회사기 게양식..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8,450
오늘 방문자 수 : 8,686
총 방문자 수 : 112,850,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