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폭력 불감증이 심각하다. 집단 따돌림, 협박, 돈 뺏기 쯤은 장난으로 여긴다. 폭력에 대한 청소년들의 이 같은 인식은 학교 폭력을 더욱 지능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얼마 전 집근처에서 중학생으로 보이는 교복차림의 남학생 3명이 1명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가까운 파출소로 연락을 했는데 경찰이 출동하자 폭력을 가하던 학생들과 별개로 골목입구에 있던 여학생들이 경찰을 혼란하게 했고 그 사이 남학생 무리는 피해학생을 데리고 사라졌고 경찰은 남학생 무리를 보지도 못하고 여학생들에게 경고를 하고 해산시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정말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에 무섭기까지 해서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대곡동 최모씨의 말이다.
최모씨 외에도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지능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시민은 적지 않다. 이뿐 아니라 사람이 지나가도 잠시 폭력행위를 멈출 뿐 자리를 피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피해 학생들은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큰 상처를 받지만 가해 학생들은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천경찰서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사건화 된 19세 미만 청소년범죄는 성폭력 1건, 절도 21건, 폭력 9건, 공갈 2건, 상해 1건, 폭행 4건 등 38건이며. 올해 3월까지는 남학생 2건, 여학생 2건 총 4건과 형사입건이 되지 않는 14세 미만 촉법사건(대구가정법원)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실제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폭력의 10%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기관인 Wee센터(학교폭력 신고센터)에 올해 접수된 폭력신고 건수는 16건이며 현재 단체상담을 포함해 20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고 전화상담은 파악하기조차 힘들 정도라고 하니 김천지역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다.
- 해결방안은 없는가?
김천경찰서 관계자는 “사건화 되는 것은 사실상 10%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상황을 부모가 알게 되면서 신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 되지 않는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 측과 연계해 우범지역을 합동순찰하고 있지만 지능적이고 계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들을 단속하기란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범죄예방교실의 경우 초등학교에서 이뤄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중학교에서는 실질적인 예를 들면서 예방하는 것이 이미 폭력을 행사하고 있거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섞여있기 때문에 교육 자체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Wee센터 역시 폭력 예방에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1월부터 시작해 방학기간을 감안하면 아직 본격적인 활동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폭력 피해 접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어느 범위까지 청소년 폭력으로 다루냐는 것부터가 문제다. 소위 ‘빵셔틀’이라며 약한 아이들에게 빵을 얻어먹는 것 등의 일쯤은 폭력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인식 자체를 개선해야만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 저희 기관에서는 지난 29일 김천역에서 길거리 상담을 실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김천경찰서에서는 이밖에도 청소년들의 폭력 예방을 위해 1년에 2~3회 범죄예방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매년 2회 피해신고기간과 집중단속기간을 두는 등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폭력 불감증은 더 커져 가고 있다.
*정효정 기자 wjdgywjd666@naver.com 왕따, 이지매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학생이나 알고있는 시민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메일로 사연과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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