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후배교사가 있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생글생글 웃고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아이든 어른이든 기분을 척척 맞춰 주었다. 덧니가 하나 살짝 있었지만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입 전체를 벌리고 하하 웃는 모습만 생각난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결국 남편과 이혼하고 말았단다. 그도 그렇지만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2학년 사춘기의 아이들을 남편에게 떠맡기고 자기 혼자만 떨어져 나왔다니 아이들이 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 부부…… 부부란 무엇일까. 둘이서 하나가 되는 젓가락 같기도 하고 한 짝만 있으면 아무데도 가지 못하는 신발 같기도 한 그런 만남이 아닐까?
인생을 통틀어 배우자를 잘 만나는 일만큼 사실 중요한 일은 없는 것 같다. 한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집안 대대로 부귀영화가 올 것이고 한 여자는 남편을 잘 만나야 세상 살맛이 날 것이다.
어느 날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가 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는데 가다가 주유소에 들리게 되었단다. 그런데 주유를 하고 있던 남자가 결혼 전 힐러리의 남자친구라는 것을 알고 클린턴이 한마디 한다.
“당신이 나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지금 저 주유소 사모님이 되어 있겠군.” 그러자 힐러리는 이렇게 답한다.
“아니죠. 내가 만약 저 사람과 결혼했다면 저 남자가 대통령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러니 가정을 지킨다는 것은 어느 한 쪽 만의 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휘호 여사도 그랬었다. 사형수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아내는 삶의 동반자이자 정신적인 동지였던 것이다. 이휘호 없는 김대중이 과연 있었을까?
부부란 하늘이 맺어준 특별한 인연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도 부부관계라 한다.
이번 주 토요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관계의 소중함과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적 기념일 인데 날짜는 해마다 5월 21일이다. 즉, 가정의 달 5월에 둘(2)이 하나(1)되자는 의미로 정했는데 부부의 날 위원회에서는 부부 축제나 부부음악제, 부부사랑고백 나눔 시간 등의 행사를 갖기도 한다.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서로 좋아 결혼했을 것이고 당연히 내 목숨처럼 아낄 부부가 되어야 하나 이렇게 법적 기념일로까지 정한 걸 보니 문제가 있긴 있나보다. 그녀도 그랬었다. 집 밖에서는 아무한테나 잘해도 집안에 들어가면 말문 닫고 산다고 했었다. 부부로 산다는 것은 꽃을 키우는 것과 같아서 물 안주고 햇볕 안 쬐면 금방 시들어 버린다.
이런저런 생각차이나 성격차이가 날 수 밖엔 없지만 그래도 이번 토요일엔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세계부부 헌장엔 이런 항목들이 있다. △인내하며 다툼을 피하라 △참는 것이 이기는 것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 △서로 기뻐할 일을 만들라 △사랑을 적극 표현하라 △같이 즐기는 오락이나 취미를 만들라 등.
부부가 잘 지낸다면 세상 모든 일들은 다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몸도 마음도 분명 건강할 것이다. 바깥일 아무리 잘해도 둘이 서로 안 맞으면 얼마나 괴로울까.
바쁜 일들 많겠지만 이번 주 토요일은 다 제쳐놓고 둘만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어디 5월의 숲속으로 여행을 떠나도 좋고 아니면 허름한 주막에서 막걸리 한잔 하는 것은 어떨까? 단, 꼭 둘이서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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