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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물물교환

강순희(주부·부곡동 우방)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05월 26일
지금도 길을 지나가다가 잘 튀겨진 도넛을 보면 그 때 일이 생각나곤 한다. 그 시절, 학교 앞 도넛은 맛이 있어서 하교 시간이 되면 순식간에 팔려 나갔다.

고 2 동계 합숙기간 중이었다. 숙소에는 중고생 합쳐서 종목별 14명이 함께 생활했다. 짜인 일정에 따라 매일 반복된 하루였다. 합숙 기간 동안은 학교에서 주식비와 부식비가 인원수에 따라 끼니를 산정해서 지원되었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운동을 마치고 일찍 저녁을 해결하는 편이었다. 당번을 정해서 식사 해결을 하지만 집에서 먹는 밥과는 달리 돌아서면 배가 고파진다.

얼마씩 돈을 거둬서 도넛을 사먹자니 나에게는 돈이 없었다. 그렇다고 후배들에게 얻어먹자니 선배 체면이 말이 아니고. 그래서 잔꾀를 부렸다. “너거들, 학교 앞 쌀집 도넛 안 먹고 싶나?” 라고 하니 다 먹고 싶다고 했다. 쌀집은 쌀과 잡곡도 팔지만 가게 한쪽에서는 부업으로 핫도그와 도넛도 팔았다. 핫도그 1개, 도넛 1개 가격은 각각 50원이었다. 쌀집 아주머니에게 후배를 시켜 학생이라 돈이 없어 대신 쌀과 도넛을 바꾸면 안 되는지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흔쾌히 그래도 된다고 하셨다. 후배들과 입을 모았다. “우리 같이 행동 하는 거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나이가 가장 적은 중 1 둘이서 심부름을 가기로 했다. 비닐봉지가 없어 쌀 두 되 정도를 분홍 보자기에 싸서 보냈다. 학교 안이 경사진 편이라 숙소를 내려가면 가파른 계단을 또 내려가야만 운동장을 지날 수 있었다. 쌀집까지는 불과 5분 거리 정도 밖에 안 되었다. 그런데, 저녁 취침시간(10시)전에 체육 선생님이 불시에 감독을 나오실 때가 있었다. 그 시간 안에 우리는 미션을 성공해야 했다. ‘선생님! 제발 오늘은 아니 오시길.’ 후배를 보내고 난 뒤, 모두가 도넛을 생각하며 입맛을 돋우고 있었다. 얼마 후, 심부름 간 후배들이 돌아왔다. 방학이라서 도넛이 다 팔리지 않고 많이 남아 있었나보다. 비닐봉지엔 설탕이 듬뿍 뿌려진 도넛 열다섯 개가 있었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하지만 일단은 돈 없어도 먹고 싶은 것을 해결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먹을 땐 좋았지만 일주일 단위로 지원되는 쌀인데 티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체육 선생님도 학교 측과 더러는 선수들이 잘 먹어야 되니 더 지원해달라고 하시다 마찰이 생기기도 했었다.

다음 날, 오전 운동을 하려고 운동장에 내려갔다. 그런데 계단으로 내려가서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 길에 쌀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제 저녁 중 1 후배들이 들고 가다 흘린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선생님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운동은 계속 되었다. 운동을 마치고 후배한테 물어보니 선생님한테 들킬 까봐 급하게 들고 가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쌀을 좀 흘렸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날 선생님은 “순희야! 이번 주는 쌀이 좀 빨리 떨어지는 것 같다”고 그러신다. 나는 대뜸 “후배들이 식욕이 너무 좋아서 많이 먹어서 그래요” 하고 능청을 떨었다. 다 지난 일이지만 몰래 먹던 그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아주머니는 떨이라고 더 줬다 하지만 물물교환의 값이 서로 맞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우리는 돈이 없었지만 도넛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있는 쌀을 가지고 돈이 없어 못 사는 도넛을 대신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쌀보다 밀가루가 더 싼데 우리가 속은 것이다. 교훈이 ‘양심’인 교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양심을 속인 그 때의 ‘뚱녀 아주머니!’ 하지만 배고픈 시절 먹은 도넛이 제일 맛있어서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저 웃을 수밖에. 지금은 도넛을 먹고 싶지만 빵순이를 벗어나고자 참고 있는 중이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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