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그렇게 왔다 갈 것을 뭐 하러 왔냐 길어봐야 인생 100년 그것도 이제 겨우 반환점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벌써 하늘나라로 떠나가면 어떡하냐 학창시절 공부도 잘하고 매사에 친구들에게 모범을 보이더니 의사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네가 아니더냐 연세 지긋한 환자들이 네게 찾아오면 반가이 맞아 아픈 곳 치료해주고 어루만져주면서 조심해서 가시라고 문 앞까지 배웅하던 네가 아니더냐 너는 언제나 자신보다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랑과 봉사를 말없이 실천한 지역사회의 희망이고 등불 이었다 친구야, 이렇게 갈려면 차라리 영영 돌아오지 말지 뭐 하러왔냐 지난 1월 9일 일요일 아침 입원한 환자 회진이 너의 마지막 인사였더냐 자신의 아픔조차 가슴속 깊이 묻어두고 다녀온다는 말 한마디 남기지 않고 떠나간 야속한 친구야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기어코 건너가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하늘나라에서는 너의 못 다 이룬 꿈 꼭 이루고 이 세상에 남겨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너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너무 슬퍼하지 않도록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나 전해 줘라 불러도 대답 없는 친구야, 이제는 네 전화번호를 지워야겠구나 하지만 내 가슴속에 살아있는 친구는 영원히 지울 수가 없을 것 같구나 삶과 죽음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너는 이 세상에 없어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함께 있으니 친구가 좋은 곳으로 가도록 하나님께 특별히 간청하겠다 인연이 되면 먼 훗날 이 세상에 다시 돌아와 만날 것이다 모쪼록 편안한 우주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잘 가라 친구 이 경 엽! 2011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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