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지난9일자에 의하면 2002년부터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인 오재헌(49)씨는 지난 7일 겪었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도 그날 일을 생각하면 몸이 마비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신경에 무리가 오면 근육이 경직되는 증세를 보이는 병이다.
오씨는 7일 오전 8시50분께 엠비시(MBC) 배 전국수영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북 김천시 실내수영장을 찾았다. 오씨의 딸이 이날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오씨는 여느 때처럼 장애인 지정석에 가서 딸을 응원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날은 모 초등학교에서 자식들을 응원하러 온 학부모 열명이 돗자리를 깐 채 장애인 지정석을 점유하고 있었다. 오씨는 이들에게 “장애인 지정석이니 비켜달라”고 요구했으나 돌아온 것은 황당한 막말이었다.
“참 미친 X이 되게 말 많네. 장애인이 유세하는구나. 꼴값을 떨어요. 장애인이 무슨 벼슬이야?”
오씨는 “여러분도 언제든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될 수 있어요”라고 맞받았지만 돌아온 것은 더 심한 모욕이었다. 오씨는 “한 학부모가 ‘너는 오늘 죽을 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씨의 항의에도 이들 학부모들이 자리를 내어주지 않자 결국 수영장 관리인이 출동했고 그제서야 이들은 오씨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날 오씨가 겪은 일은 오씨가 직접 트위터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오씨는 “수영장 관리인이 도착해도 학부모들이 막말을 계속 해대었다”며 “바로 이런 설움을 겪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경기장 관람을 꺼리게 된다”고 답답해 했다.
오씨는 이날 수영장 내 주차장에 차를 댈 때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 지정석에 차를 대어놓는 바람에 20여분간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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