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된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가 우연히 남편 친구를 만났다. “아니 엄마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과 같이 나왔네요.” “아~예.” 지난번 무슨 말을 하다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자식 같다는 얘길 했었는데 서로 공감했던 이야기를 불쑥 하는 바람에 옆에 있던 아이 눈이 동그래졌다. 세상에 쉬운 게 어디 있겠는가만 자식 키우는 일이 제일 어렵고 무서운 것 같다. 내 맘대로 하면 하겠지만 좋은 엄마, 좋은 부모 되려니 참 쉽지가 않다. 내가 어릴 땐 부모가 제일 무서웠는데 부모 되니 자식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엄마 놀이공원에 언제가요?” “응 다음에 가자. 바빠서…” “엄마는 나보고는 모든 것을 다음으로 미루지 말라고 해놓고 왜 엄만 그래요?” 그땐 정말 할 말이 없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직장에 다니는 나로서는 큰 고민이 생겼다. 도대체 한 달이 넘는 여름방학기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그때 마침 눈에 확 들어오는 현수막이 있었다. ‘김천 전국 가족 연극제’ 그래! 이거다. 10일간 연극에 푹 빠져보자. 그길로 김천문화예술회관으로 달려가 매일 빠짐없이 티켓 2장씩을 예매했다. 하루는 친정어머니와 보내고 하루는 시어머니와 보낼 생각을 하니 아이도 아이지만 두 어머니께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대공연장과 소공연장 그리고 올해는 야외공연장까지 다양하게 축제가 열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우리 가족모두에게 한여름 밤의 큰 선물이 되었다. 연극을 보고 돌아오는 아이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고 어머니 또한 행운권에라도 당첨된 듯 내내 즐거워하셨다. 그리고 또 아침이면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떠있는 모습을 볼 때 열흘 동안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김천문화예술회관은 참 잘 지었다. 그리고 이번 연극제는 특히 가족들 간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아동극으로 구성되었으니 가족 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도 컸었던 것 같다. 연극제를 마치며 김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관계자 여러분들께 큰 박수를 보낸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고 얘기해 주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날 개막식 때 들으니 이런 가족연극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고 벌써 9년째라 하니 앞으로도 계속 꼭 우리 지역에서 열렸으면 좋겠다. 김천의 아이들이 축복 받은 대한민국의 아이들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들과 함께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장아장 걷는 아이들부터 초등학생들까지 다양한 체험행사는 물론 찾아가는 국립박물관,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는 문화행사와 프랑스와 호주작품 초청공연까지 있었으니 충분히 연극문화에 푹 빠질 수 있었다. 사실, 이 행사기간 동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받아갔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예술의 도시 김천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되었으며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좋은 시간이었음을 감사드린다. 혹시 아는가, 김천에서 자라는 아이들 중에 세계적인 연극배우가 나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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