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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민들레의 교훈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10월 13일
이우상
(수필가·김천문협 부지부장)


“임금님, 큰 일 났습니다. 정원의 꽃과 나무들이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정원사가 달려와서 수심어린 목소리로 임금에게 보고했다. 자연과 생명을 사랑하는 임금님이 깜짝 놀라 정원으로 달려가 보니 그동안 정성들여 가꾼 화초와 나무들이 정말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었다.
“포도나무야, 왜 죽으려 하느냐?”
“임금님, 저는 열매를 맺기는 하지만 사과나 배, 오렌지에 비하면 형편없는 존재입니다. 더구나 저는 홀로 설 수 없고 남에게 얹히어야 가지를 뻗고 몸을 지탱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것은 죽어 마땅합니다.”

“장미야, 너는 왜 죽으려 하느냐?”
“임금님, 저는 지금까지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꽃만 지면 가시덩굴에 불과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감만 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죽기로 했습니다.”
정원의 여왕으로서 아름답고 매혹적인 향기로 늘 임금님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장미, 그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다니… 임금님은 한없이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사시사철 변함없이 늘 푸르게 정원을 지켜 온 소나무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소나무야, 너는 왜 죽으려 하는가?”
“임금님, 저야말로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저는 꽃도 피울 수 없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열매 하나도 맺을 수 없는 무용지물입니다. 공연히 가지만 크게 뻗어서 발아래 죄 없는 풀들만 죽게 하고 있으니 저 같은 것은 죽어 마땅합니다.”
지금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여 물과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아 주면서 가꾸었는데… 겸손을 넘어 오만에 이른 이들의 행동에 임금님의 마음은 괴롭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생명을 우습게 여기고 스스로 살기를 거부한 이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정원사를 불러 이들을 모조리 캐내어 불사르게 하고 힘없이 궁전으로 오던 중 돌계단 틈바구니를 비집고 노란 꽃을 활짝 피고 있는 민들레를 발견하게 되었다.

“민들레야, 저렇게 조건이 좋은 정원의 꽃과 나무들은 다 죽겠다고 하는데 너는 최악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으니 어쩐 일이냐?”
“임금님, 저 같은 것에게 마음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는 장미꽃처럼 화려하지 못해도 한탄하지 않습니다. 포도나무처럼 열매를 맺지 못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소나무처럼 사시사철 푸르게 서 있지 못함을 슬퍼하지도 않습니다. 정원 같은 좋은 자리 차지 못해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돌층계의 비좁은 곳, 여기가 저한테는 잘 어울립니다. 여기서도 충분히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임금님, 또 한 가지, 세상의 많은 병약한 사람들에게 이 한 몸 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픈 사람들에게 저의 몸통과 잎 심지어 뿌리까지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훌륭하구나! 민들레야, 네가 아니었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 하나를 잊고 살 뻔 했구나. 여봐라, 당장 정원을 몽땅 민들레로 채우고 정성들여 잘 가꾸도록 해라.”

뜻밖의 행운을 잡은 민들레, 그러나 좋은 정원을 다른 이들에게 양보하고 궁전 돌담 밑 후진 곳을 찾아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열 개 중에 아홉 개를 가지고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열 개 중에 한 개를 채 못 채워도 행복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요즈음 많이 가진 자, 남보다 더 배운 자, 양귀비를 뺨칠 정도로 넘치게 아름다운 미인, 이들 스스로가 작은 것 하나를 이겨내지 못하고 생명을 초개처럼 던지는 것을 종종 본다. 남들이 보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들꽃에 불과하지만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예쁜 꽃을 피운 민들레가 꾸려가는 행복한 삶에서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교훈을 터득하게 된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1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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