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알이 영그는 한밤(大栗)을 지나 이름도 원색적인 똥재를 넘는다.
지천으로 핀 개나리 진달래 봄을 알리고 여름이면 각종 들꽃 가을이면 들국화가 미소 짓는 곳
열아홉 새신랑은 조랑말로 넘고 그의 색시 첫 친정 나들이는 떡 보따리를 이고 넘었으리 성주에서 오는 지례 현감은 가마를 타고 가마꾼들 똥을 쌀 정도로 힘이 들어 똥재라 했다는데 나는 오늘 승용차로 앉아서 넘는다.
먼 옛날 우리의 할아버지(문귀봉) 풍수에게 물어 첩첩산중 똥재 중턱에 터를 잡았는가? 모든 잡념 버리고 조용히 옛일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고념(古念)을 지나니 작은 시름 저절로 사라진다.
먼저 살다 간 우리 조상들이 이른 새벽 서리 내린 산길을 땔감 한 바지게 지고 콧노래를 부르며 지났을 지도 모르는 등터지(저수지)를 지나니 지례에서 오르고 조마에서 오르고 성주에서 오른다는 등터 누렇게 물든 찰진 벼들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가뭄이 심했던 옛날 여기저기서 오른 사람들이 어깨를 맞대고 힘을 모아 갈대를 엮어 집을 짓고 골짜기를 따라 비탈진 곳은 밭을 일구고 그나마 나은 땅은 논을 만들어 동네를 새로 열었겠다. 멀리 보이는 가야산은 잡념을 버리라고 구름에 가려있고 신작로는 뚫렸어도 인정은 변하지 않았네.
똥재! 지례에서 울곡 삼거리로 이어지는 김천의 작은 고개라 승용차도 오르고 사람도 오르는 인정까지 같이 넘어가고 넘어 오는 곳 오늘도 똥재에는 꽃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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