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인권과 자유와 민주주의에 관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 공동체의 헌법정신을 충실히 지켜나갈 사람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검정해야 할 것이 인품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 온 사람인지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사람이라 부패하지 않아서 좋다는 식의 발상은 위험하다. 불행히도 권력은 작거나 크거나 사람을 부패시키는 속성이 강하며 새 사람은 단지 부패할 기회가 없었을 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렴성 못 지 않게 중요한 것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애정 있는 이해와 포용력 그리고 품격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
이러한 국민적 바람에도 불구하고 선거철만 되면 대한민국 구석구석이 마치 철새 도래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너도 나도 국가와 고향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해 놓고는 막상 선거에 부딪치면 삼류 정치인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을 국민들은 수 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동기와 표방하는 명분도 없이 안 되겠다 싶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장한 한탕주의로 깜짝쇼를 연출해서 국민의 넋을 빼 놓고 가차 없는 음해성 전략으로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해 승부수를 던진다. 한마디로 철학도 비전도 없이 무조건 되고 보자는 그들의 속셈이요 유일한 전략이며 표방한 명분 속에 내재한 구체적 함의일 것이다. 국민을 대중 조작의 만만한 대상으로 얕잡아 보는 국민관이며 예의를 모르는 냉소적이고 불손하고 턱없이 모욕적인 국민관이다. 그들은 상대방의 잘못이나 약점에 대해 얼마나 무섭게 대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들에 대해서는 턱없이 관대하다. 한마디로 험악한 말로 상대에게 상처 주는 일을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의 팍팍한 언동에 대해 반성 한다는 말 들어 본 적이 없다.
‘어린 왕자’를 쓴 생택쥐페리는 간명하게 지도자란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에게 국민의 삶이 이렇게 팍팍한 것을 책임지라고 하면 상대방 탓으로 날밤을 세울 것이다.
“지도자들에게 해결이 쉬운 문제는 결코 오지 않는다. 쉬운 문제들이라면 이미 다른 사람이 해결 했을 것이다”라고 아이젠하워는 말하지 않았던가. 요즘 정치인들에게 맞춤명언 같다.
정치 지도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국민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가 해야 될 일이 아닌가. 일을 벌이기만 하면 되겠지 하는 무모함 또는 안이함도 무능과 무책임의 산물이다. 정상배는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정치 지도자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했던가. 꿈같은 이야기 이다.
버나드 쇼는 선거는 도덕적으로 참혹한 일이며 사악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올 해 우리나라의 총선과 대선은 진짜 피를 볼지 모른다는 긴장감마저 낳고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쯤해서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에게 물어 볼 말이 있다.
자신들은 혹시 언론을 통해 매명(賣名)하고 정치에 입문 후엔 기존 정치인 뺨치게 줄서기와 배신에 능하지 않을 것인가. 참 뜬구름 잡는 소리 같지만 말이다. 언필칭 정치 집단의 사정은 참혹하다 못해 분노까지 자아낸다.
이름도 생소한 정치 세력이 모여 창당 대회를 열겠다고 하지 않나 시간에 촉박하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주제에 비전과 희망이니 미래 창조라는 그럴듯한 말을 빼 놓지 않는다.
이것이 정상적인 나라에 있을법한 일인가. 대한민국이 이름 모를 후진국인가 그 뻔뻔함에 기가 막힌다. 선거 때만 되면 되지도 않을 약속은 왜 그렇게 쏟아 내는지 가증스러움을 뛰어 넘어 이제는 측은함 마저 든다. 그들은 억울하다고 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목표와 선전만 거창했지 이를 현실로 만들 능력은 미달이었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만든 로드맵이 경제와 민생의 회복을 도왔는지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후회 없는 선택 >
이제 모든 것은 국민의 선택에 달려있다. 인간 수명이 횟수가 아니라 호흡수로 정해져 있다면서 냉정을 권장하는 어느 문화권의 속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 속았을 때는 속인 자가 나쁘고 두 번째 속았을 때는 피장파장이다. 세 번째 속았을 때는 속은 자가 더 나쁘다는 것이다.
착한 것과 못난 것은 생판 다르며 세상에 악덕이 번창하는 이유는 못난이 때문이라고 그 지혜는 가르친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이미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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