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 크크 웃음이 나왔다. ‘청산은 나를 보고’, ‘찔레꽃’, ‘엄마야 누나야’ 등의 합창이 이어지고 지휘자는 온 힘과 감정을 실어 한 곡 한 곡 지휘를 한다. 마지막 공연이라 그런지, 손끝이 떨리는 것 같았다. 노랫말 하나하나에 그 어떤 의미를 담고 있어 나 또한 가슴이 먹먹해진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42년 된 기차의 기적소리 같았다.
교직생활 42년! 첫 발령 받은 그 날은 아마도 푸른 와이셔츠를 입으셨겠지. 처음 아이들 앞에 섰던 그 모습은 마치 풋사과 향이 날 만큼 청순했을 것이다. 똑같이 체육복을 입고 호루라기 ‘휘~휘’ 불며 운동장을 달렸을 것이고 와글와글 떠드는 교실에서 어쩌면 하나라도 더 가르칠까 그 누구보다도 목소리 높이셨겠지. 그 세월이 42년. 얼마 전에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아이가 동시를 지었는데 재미있는 학교, 재미없는 학교에는 시끌벅적한 아이들이 새장처럼 얽어놓은 창문으로 웃음을 보내고 교장선생님은 색소폰을 연주하신다고 썼었다.
늘 그랬으면 참 좋으련만 싶다. 아이도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고 교장선생님도 그대로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은퇴. 정년퇴직! 어디 학교만 그러할까, 공무원이든 정치인들이든 그 누구든 간에 공연이 끝나면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하지 않겠는가. 어제 저녁 식사모임 때 “평생 바쁘게 출근을 했고 여기저기 시간이 모자라게 살았는데 당장 3월이면 넥타이 매고 출근할 곳이 없다”라는 말씀을 듣고 코끝이 찡해왔다. 어느새 “떠나는 그 마음도 보내는 그 마음도 서로가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는 없겠지만…” 하고 마지막 곡으로 ‘석별의 정’을 부른다. 그렇다. “서로가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음악만 흐를 뿐 합창단들도 더 이상 노랫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커보였던 교장선생님이 색소폰 위로 눈물을 보이신다. 지난날들이 구름처럼 스쳐간다. 인생이 구름 같다. 미련도 아쉬움도 그렇게 그렇게 흘러간다. 그래도 교장선생님은 참 잘 사신 것 같다. 이렇게 멋진 합창단이 ‘스승의 은혜’를 불러주지 않는가!
생각해보니 나도 그리 먼 세월이 남지 않은 것 같다. 힘들다, 어렵다, 바쁘다 해도 할 일들이 있을 때가 참 고마운 것이다. 봄이 온다. 새내기들이 또 입학을 하고 신입교사들이 또 설레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하겠지. 마치 교장선생님의 씨앗이 새로 돋아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인생은 1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2막도 있다. 제2막의 무대를 준비하는 인생의 선배들께 큰 박수를 보낸다. 더 힘차게, 더 웅장하게 우리는 어쨌거나 계속 공연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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