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닳은 싸리비로 말끔히 쓸어낸 마당 안에 파랗게 들어앉은 물빛 하늘 집 떠나는 겨울 등에서 얼핏 잘 썩은 거름 한 바지게 퍼 담은 지게를 지고 들로 나가시는 아버지를 보았다 매운 연기 하늘로 올리며 청솔 타는 불길에 가슴은 뜨겁고 또 빙벽은 어찌 그리 쉽게 허물어져 내리는지
자그락 자그락 포승 풀림 강가 조약돌 밟는 소리 복숭아씨 박힌 뽀얀 발목들 관절 트는 소리들 묵은 일기의 행간 같은 밭이랑 새파랗게 깨어나는 보리 싹을 밟으며 빙벽은 허물어져서 촉촉이 흙을 적시고 있다 겉옷을 벗어 어린 살구나무에게 걸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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