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언니 왜 이렇게 통화가 안 돼요?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요.” “…?” 밤늦은 시간에 걸려온 아파트 뒷동 정현 엄마의 볼멘소리였다. “난 한 번 들었을 뿐인데 여러 번 했었다구요? 그 번호로 다시 하니까 안 받기에.” 내가 전화를 넣었을 땐 이미 업장에 일하러 들어간 후였나 보다. ‘아, 집전화발신지표시에 꽤 여러 번 있구나. 아이들에게도 각각 휴대폰이 있으니 따로 체크하지 않아 몰랐었네.’ “다름 아니고 저번에 얘기했던 것 말인데요. 아르바이트가 아니고 정식직원을 뽑는 거래요. 당장 조리사 자격증 없이도 입사가 가능하다네요. 나중에 취득해도 상관없대요.” 전화선을 타고 건너온 그녀의 제의에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10년을 하루같이 남편의 봉급에만 의지하여 생활해 온 나였기에 앞뒤 가리지 않고 수락하고 싶었다. 적정기간이 지나고 나면 복지카드가 발급되고 학자금에 여러 가지 보험혜택에… 말하자면 기능직 공무원에 해당하는 조건이었다. 요사이 기업의 정서로는 어림없는 이야기인데 이 학교에서는 임시직 아닌 정식직원만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아주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일이 쉬운 건 아니예요. 여중고 모두 수용해야 하는 급식소니 당연히 몸은 고될 거구요.” ‘그러나 무슨 상관, 농촌출신으로 잔뼈가 굵은 내가 아닌가. 다만…’ 그 좋은 혜택에도 불구하고 근무여건이 망설이게 했다. 아침 8시 출근. 저녁 8시 퇴근, 장장 12시간을 얽매여야 한다. 예썰, 하자니 아이들을 전화상으로만 관리해야할 일이 난감하고 7년째 공들이고 있는 시와 수필도 발목을 잡는다. 노우, 하자니 간만에 생긴 일자리에 집착이 생긴다. 보다 걱정이 되는 건 행여 힘 든다고 도중 포기할 경우 추천해 준 정연엄마에게 본의 아닌 민폐가 될 것은 자명한 일. 어쩌나. 때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기로에선 꼭 필요한 하나, 그 하나만을 보고 단순하게 결정하란 누군가의 조언이 떠올랐다. 얼마를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하고 말았다. 10년 동안 집에서 살림만 하니 경제활동 하는 행위가 너무 그리워서 산이라도 짊어지고 나를 것 같지만 거기서 접어야 했다. 날 처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과 그 밖의 내가 계획했던 일들을 꺾을 수가 없어서였다. 에구, 쫌만 더 시와 더불어 신선놀음 하자. 환한 불빛에 의해 밖으로 밀려난 어둠의 속 끓이는 소리가 보글보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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