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지나치게 물질이 성한 세대다. 나라 발전과 글로벌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임에는 틀림없다. 나라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하여 인재를 키우고 경제력을 배양하며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국가를 선진화 하려는 노력은 나라를 경영하는 가장 필수 불가결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정신문화의 융성이 선진국의 첩경임은 인류역사를 보면서 자명해 지고 있다. 물질문화는 지식만으로 가능하지만 그래도 선진국이 되려면 정신문화가 같이 발달해야만 그 물질문화도 튼튼히 자리를 잡고 전통 있는 나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을 도처에서 확인하고 있다. 정신문화는 인간의 감동이 주류를 이루는 정신세계의 발현이다.
1958년 마드리드에서 세계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었다. 여느 마라톤과 마찬가지로 진행이 되었는데 경기도중 마지막 결승점을 일 마일정도 남기고 2위와도 거리를 유지하던 1위 선수가 갑자기 절뚝거리고 있었다. 다리에 쥐가 났던 것이다. 2위 주자는 점점 다가왔다. 이제는 2위와 1위의 순위가 바뀌는 순간이다. 다리에 쥐가 난 선수는 체념하고 다리를 끌며 겨우 운동장 트랙까지 들어오고 있었다. 관중은 함성을 지르며 두 사람을 격려하는 우렁찬 박수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1위에 대한 격려의 박수이기도 하고 추월자에 대한 응원의 박수이기도 했다. 2위가 1위를 막 추월하려는 찰나에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2위로 달려오던 선수가 1위로 달리던 선수를 부축하여 같이 뛰는 것이 아닌가.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두 사람에게 기립박수로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두 사람 다 1등은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아픈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한 사람이 진정한 아름다운 승리자요 사랑의 실천자라는 것을 관중은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감동을 받은 장면이었다.
강자가 약자를 돌보고 이웃을 배려하고 덕을 세우고 선을 이룰 때에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물질이 너무 숭상되어 온 현대사회는 감동이 별로 없는 세상이다. 치열한 경쟁만이 오히려 미덕이요 이기는 자만이 승리감에 도취되어 세인에게 회자 되고 숭배되는 세상이다.
감동이 없는 현실은 정신문화의 결여가 아니겠는가. 감동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감동은 실력이 좀 모자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사랑이다. 감동은 모두에게 행복감을 주는 훈훈한 정신문화다. 누구에게나 감동으로 가슴 저미는 사랑을 우리는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남발하고 입술로만 기계처럼 외는 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이 단어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사랑이 없다는 반증이 아닐까. 사랑의 갈증으로 목 타 하면서도 진정한 사랑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모두에게 감동을 주고 모두를 행복하게 해서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문화의 창조자가 될 수 있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되 흔쾌히 축하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위로하고 교만하지 않을 때 서로를 아우르는 일이 아닐까. 지금은 더구나 선거철이라 감동 있는 게임이 기다려진다. 우리 지역이 전국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선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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