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구미에서 우회해 신음동을 수도 없이 다닌다. 예전에는 길이 좁고 비포장 길이었다. 밤늦게 음주 단속을 피해 아저씨들이나 다닌다는 화장터가 있는 음침하고 섬뜩한 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단지 내 초등학교가 있어 젊은 엄마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들었다.
한때는 날만 흐리면 삼애원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온 계분냄새 때문에 창문을 못 열어 놓을 정도였고 혐오시설 화장터가 있어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한 길이었다. 그래서 나는 화장터 가는 갈림길에서 기분이 다운되고 가기 싫어도 시간이 단축되는 맛으로 마지못해 가던 길이었다. 그리고 길이 좁아 차 두 대가 지나가려면 부딪힐까 아슬아슬했었다. 한 번은 친구와 교차를 하며 아는 척도 못하고 친구도 앞만 보고 가고 나도 좁은 길을 통과 하느라 진땀을 빼고 혼자 실실 웃으며 지나온 적이 있었다. 그런 속구미 길이 요즘은 길을 2차선으로 넓혀 차량통행이 많아졌다.
내가 신음동에 자주 가는 이유는 많다. 미용실을 하는 친구, 노래방을 하는 친구, 시누이도 그쪽에 산다. 김천제일병원에 지인들 병문안 갈 때도 그길로 간다. 요즘은 시누이가 그린빌에서 일을 하고 2시에 마치는데 문화원 수업을 마치고 그린빌 앞에 가서 라디오를 들으며 시누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재미도 즐거움이 되었다. 내가 그 길을 특별히 이용하는 이유는 그 길이 우리 집에서 우유대리점에 갈 때 제일 가까운 지름길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속구미 길을 자주 이용하는 데는 또 하나 있다. 내 차가 지앰대우차이고 서비스공장이 신음동에 있어 차 수리하러 그 길을 자주 가게 되었고 시청 가는 길 사진관도 내 단골집이 되었다.
신음동에는 내가 다니는 천주교회도 있어 자주 갔고 지인들 결혼식 때문에 탑웨딩에 갈 때도 그 길을 이용한다. 그 길을 갈 때마다 ‘참 많이 변했구나! 산 밑에 붙어 있는 흑염소 집은 정말 오래 된 집이다. 신혼 때 남편이 몸이 허약해 염소 엑기스를 내리러 갔을 때 외딴집이 왠지 으스스하고 무서웠는데 이제는 주막집처럼 든든하다.
한번은 작은 아들 광수를 그 집 앞에서 만났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아들 친구가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화장터를 다녀오는 아들을 그 길에서 보고 지나쳐 갈 때 마음이 아팠었는데 벌써 10년 전 일이다. 그 길이 가까운 길이라서 자주 이용했지만 솔직히 기분은 썩 좋은 길이 아니었는데 요즘은 날마다 주변이 깨끗해지더니 너무 아름답게 변했다. 직지천도 골재작업 하고 비온 뒤에 맑은 물이 흐르고 아파트단지 옆에 하얀 벚꽃이 주변을 더 환하게 비추어 삼삼오오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이제는 속구미 길에 철철이 피어나는 꽃과 아름다운 경관을 눈 감고도 그릴 수 있다. 나에게는 이제 속구미 길이 아름다운 추억의 길이 되었다. 요즘은 마지막 가는 길 영구행렬 차랑도 아름답게 보인다.
오월이 오면 그린빌아파트 이희승 시인의 집 앞 담에 빨간 줄장미가 아름답게 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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