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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진달래

이성환(수필가)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19일
친하게 가까이 지내는 이들이 그런 골짜기에 살아서 어떻게 하느냐며 나를 놀린다. 정작 자기들은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시골에 살면 서도.
몇 해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향교가 있는 마을이라서 교동이라 하고 또 길 건너는 삼락동 이라고 하는데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것 같고 또 살기만 해도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즐거운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놀림도 즐겁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봄날에는 온종일 뻐꾸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름도 모르는 여러 가지 새소리가 들리며 이따금 바가지를 깨는 듯한 꿩 우는 소리와 퍼득이며 나는 날갯짓 소리에 깜짝 놀라 나른한 봄날의 졸음이 확 달아나 버리기도 하는 이곳을 골짜기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밝은 햇빛에 나뭇잎이 곱게 보이는 능선 너머서 구름이 고요히 흘러가는 아침을 맞이하여 볼 수 있는 이곳이 살아 갈수록 좋게 느껴진다.

어느 날 아침에 밥을 먹다가 아내가 마른 콩을 물에 불리면서 원래의 크기보다 커지지 않는데 이것은 본시 자기가 가진 것 이상 탐내지 않고 자족하는 콩의 정의로운 무욕이며, 새우가 움츠리고 있는 것은 바다가 넓다고 하나 필요 이상 취하지 않는 새우의 절제된 검소함이라는 말을 했다. 나는 아내가 하는 이 말을 들으니 매일 먹는 밥이 아침마다 마시는 차와 같고 내가 사는 이곳이 언제나 찾아가고 싶어 하는 산중다실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 산중다실에 이따금 비둘기가 베란다 창살에 날아와 앉아 있는 것을 식탁에서 보는데, 반가운 손님이 온 듯 하기도 하고 왠지 기쁜 일이 있을 것 같아 조용히 하고 오랫동안 머물기를 바라며 하던 일을 멈추고 재미있게 바라보곤 한다.

식탁에서 보이는 산을 달봉산이라고 한다. 참 친숙하고 다정하게 여겨지는 산 이름이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계속 가면 상주와 문경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백두대간의 줄기라고 한다. 산의 맑은 기운이 바람을 타고 시냇물처럼 기류를 이루어서 마을로 내려오는 듯하여 여름에는 시원해서 더욱 좋다.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한참 걸어가면 진달래 군락지가 있다.
붉은 진달래꽃이 곱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아낌없이 탄성을 지르는데, 나는 ‘진달래야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예쁜 꽃을 피우느라고 겨우내 애를 많이 썼구나, 너 참 예쁘다’ 하는 말을 해 준다. 진달래는 띄엄띄엄 혼자서 고독하고 냉정하게 살지 않고 또 진달래끼리만 모여서 자기들만의 세력을 만들어 교만하게 살지도 않는다.

어느새 나고 자란 곳을 떠나 이 도시에 산지가 30여 년이 가까워온다. 처음에 와서 친숙하게 아는 이들이 없어 봄이면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가까운 논밭으로 나가 풀꽃들을 보여줬고, 나는 낯선 모습의 새로운 곳에서 새사람을 만나고 정들이고 하느라 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진달래는 주변의 많은 나무들과 잘 어울려 살고 있다. 나는 진달래 보다 많지는 않지만 아침공원의 눈부신 햇살이 나뭇잎 새를 지나 빛살이 되어 내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소중한 사람들의 다정한 마음들을 귀하게 여기며 산다.
일상의 일들이 바빠도 찾아가고 싶은 곳이 있고, 만나면 반갑고 날이 지나면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서 참 좋다. 살아가면서 많은 값있는 일들이 있겠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하는 시간 또한 값있는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진달래가 햇볕과 바람을 고마워하며 사는 것처럼 나도 고마워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어 이들과 함께하는 것을 삼락중에 먼저 찾아온 큰 기쁨으로 알고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를 이곳에서 조심스레 배우며 산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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