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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빈 둥지 증후군

이경숙(주부, 모암동)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25일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옛말에 마른 논에 물 들어가는 것과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다고 했다.
화단에 알뿌리 화초를 심어 놓고 흙이 조금만 들떠 있어도 쓰다듬듯 흙을 살짝 치워준다. 무거워 밀어내지 못해 싹 틔우지 못할까봐.
지금 우리 나이는 군대에, 멀리서 대학공부에 자식들과 대부분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나도 큰 애는 군대에, 작은 애는 대학교에 갔기 때문에 집에는 아버님과 남편과 이렇게 세 식구뿐이다.
아이들이 있을 때는 반찬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도 편하게 식사 준비를 한다. “봄에 나는 쑥국을 많이 먹어야 한다”, “처가를 잘 두어서 돈나물, 머위나물, 두릅 이런 거는 다른 데서 잘 못 먹는다”는 남편의 말을 들으면서 쉽게 밥상을 차려낸다.
얼마 전 휴가를 나온 아들 복귀하는 날 같이 밥을 먹으면서 남편이 농담을 한다. 크게 한번 웃으며 수습은 했지만 조금은 미안했다. “아빠에게는 잔칫상이다, 많이 먹자” 반찬이 평소 때보다 좀 많았었나보다.
아침마다 등교를 시키고 야간 자습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태워오고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며 차 안에서 딸애와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듣는 일이 참 좋았었는데 지금은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뭘 해야 되지 하면서 잠시 서성거리는 나를 본다.
갑자기 늘어난 시간과 비례하여 내 마음도 허허로울 때가 많다. 매일같이 전화 하는 나에게 딸은 바쁘다고 용건만 간단히 말하라 한다.
신문에서, 잡지에서 ‘빈 둥지 증후군’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나이가 한번은 넘어서야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 된다.
내 친구가 우울증에 걸려서 밥을 거의 한달 동안 먹지를 못했다. 얼마 전부터 다행스럽게도 다육이 사진을 찍어서 매일같이 휴대폰에 찍어 자랑 하며 너무 행복해한다.
아이들도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며 딴에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텐데 한 줄의 책이라도 봐야 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게 한걸음이라도 더 걸어서 건강을 챙겨야겠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내 손을 잡고 “엄마” 말 한마디만 하고 그 씩씩하던 아들이 하염없이 울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 작년 겨울 난 병원에만 있어서 추운 줄도 몰랐는데 우리 아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다시는 그런 일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건강이 최고다. 스스로 기뻐하며 가슴 설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연화지 벚나무 밑에서 사진 찍을 수 있음에 기뻐하고 퇴근하는 남편 손에 금잔화, 데이지 화분에 생선 한 마리 구워 내는 애교 부릴 수 있음에 감사한다.
많이 내린 봄비로 우리 집 화단은 삐죽 삐죽 나온 연둣빛 새싹이 탄탄하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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