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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칼럼-모녀지간 여행 기획하다

백승한(수필가․순천제일대학 식생활과 교수)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25일
결혼 17년차, 맞벌이 부부에다 주말부부로 살아온 지도 거의 15년. 우리 부부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없다. 결혼 초기에 주도권 다툼이 도를 넘어 살벌했던 기억은 있을지언정. 게다가 지척에 처갓집이 있어 주말에 집에 내려가도 소위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힘들다. 어른들을 자주 뵙지 못하니 식사라도 같이 해야 하고, 일요일이면 아내는 친정엄마랑 효도쇼핑을 나선다. 장인은 등산을 나서고 사춘기 아이들은 한껏 멋을 부리며 행선지도 알리지 않고 어느 샌가 사라져 버린다. 요즘 아니 모녀지간 여행 기획 이전의 나의 일상 소개였다.

이렇게 늘 가족들이 자기 일에 바쁘다 보니 변변한 가족여행 한번 나서기가 힘들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큰 숙제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처가 어른들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한 번 가보고자 하는 프로젝트였다. 어른 두 분에 우리 가족 셋, 이렇게 다섯이면 최소한 기백만 원은 있어야하는데. 빠듯한 살림에 대출금도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그보다 40만 킬로를 넘은 나의 애마도 이젠 장렬히 은퇴시켜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들이 뇌리를 장악할 무렵, 여태 장모께서 가족 중 유일하게 한 번도 해외를 나가 보지 않으셨다는데. 딸이 시집가면 부모가 비행기 탄다던데. 이번 사업을 추진해야하는 당위성들도 머리 한부분에서 결코 만만치 않게 버티고 있다.

무려 몇 달간의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잘난(?) 사위 덕분에 해외여행 다녀왔다는 친지 분들의 부러움을 어른들께 꼭 한번 들려드리고 싶었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 키우시느라 디스크며 온갖 병을 안고 사시는 장모님께 한 번이라도 제대로 대접해드리고 싶었다. 먼저 장인께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비용이며 시간을 고려해서 전체 가족여행은 차차 고민해 보기로 하고 이번 여행은 모녀지간의 따뜻한 온천여행으로 계획해 보았다. 자주 얼굴을 대하지만 일상이 아닌 순수했던 엄마와 딸로 다시 돌아가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정을 다시금 만끽해보시라고.

사실 가족여행을 떠나자면 남자들이야 몸만 나서면 되지만 여자들은 처리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간식도 옷가지도 챙겨야하고 잠시지만 비워둘 집안 정리도 만만치가 않다. 고작 3박 4일간의 여정이지만 남아있는 남자들을 위해 준비하는 두 사람을 보며, 또한 빈자리를 상상하며 정말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장모님과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가 있었다.

사위가 메가폰을 잡고 장인과 아이들이 후원하고서 장모님과 아내가 더블 캐스팅으로 주연한 자칭 모녀지간 여행 드라마인 ‘일본 큐수지역 온천여행’을 예정대로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굳이 여행에 대해 묻지 않았다. 하지만 가족식사에서 꺼내놓은 작은 일본 술 한 병, 직장으로 돌아올 때 챙겨주신 왠지 여느 때보다 무거워진 양손 가득한 반찬통 속에서 이번 여행의 따뜻함을 새겨볼 수 있었다. 다정히 손을 잡고 오르는 구마모토성 산책길, 아소화산을 배경으로 멋진 포즈 한 장, 김이 모락모락 나는 유후인과 벳푸온천에서의 모녀만의 도란도란 대화가 보지도 듣지도 않았는데도 영화처럼 아름다운 배경으로 스쳐갔다.
물론 앞으로 오랫동안 여행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등 경제적인 타격은 만만찮다. 하지만 아내가 달라졌다. 잔소리보다는 배려와 격려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교육, 노후, 서로의 일에 대한 대화가 늘고 이해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이처럼 투자대비 효율이 높다면 이번 나의 모녀지간 여행 드라마 기획은 블럭버스트감이 아닐는지.

어느 샌가 주말이 기다려진다. 아들까지 합세해 그간 밀렸던 서로의 일에 대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열띤 공방이 벌어진다. 이제는 한기대신 온기가 가득한 채로.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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