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5-08 06:47:0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칼럼

시론 - 죄인 아들을 둔 어머니들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5월 10일
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교정 프로그램은 종교단체에서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 재소자들 가운데 시(詩)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영등포구치소를 시작으로 하여 영등포교도소, 안양교도소, 춘천교도소 등에 가서 재소자들에게 시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잠깐씩 대화의 시간도 갖고 왔다. 영등포구치소에는 1년 가까이 다니면서 많은 재소자들과 친해져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년에 영등포구치소와 교도소는 구로구 고척동에서 구로구 천왕동으로 이사를 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외곽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우리는 재소자하면 ‘흉악범’ 혹은 ‘범죄형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얼굴만 봐서는 폭력사범, 마약사범, 사기전과자, 절도전과자같이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좀 짧고 죄수복을 입고 있어 그렇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장삼이사의 얼굴을 하고 있고 인자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들도 있다.

나보다는 타인을 위해 살아간 이들, 인간 승리의 표본이 될 법한 인물들의 시를 돌아가면서 낭독시키면 다들 숙연한 마음으로 읽는다. 재소자 중에 시인으로 등단했거나 다년간 등단을 모색 중인 이들도 있어 그런 이의 시도 함께 읽는 경우가 있다. 어머니에 대해 시나 수필을 써보게 하면 가장 열심히 쓴다. 내가 교도소에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언론에 보도된 흉악범이 아니면 자기 어머니한테는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가급적 숨긴다는 것.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들이 수감생활을 하는 도중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면회 오는 어머니도 있다. 이런 자작시를 읽다가… 대개는 다 못 읽고 울어 다른 재소자가 대신 읽어주어야 한다.




이 죄인을 죄인이라 부르지 않고/ 아들이라 부르시는 어머님은/ 천사가 맞으시죠// 늦었지만 불러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죄인이 아닌 어머님의 아들로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운 어머님!
―‘천사가 되신 어머님께’ 일부

행복으로 열 달 동안/ 인간 꼴을 품으시고/ 산고를 더없이 기뻐하며/ 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나를 탄생시키셨다/ 밤낮으로 지구는 돌았고/ 순하디순한 아기였을 땐/ 내가 어머니의 햇살이었다
―‘어머니’ 일부




기성시인의 시보다 몇 배 감동적이다. 재소자들 중에 중졸, 고졸 검정고시 준비를 하거나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는 이가 많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경우 다들 꼭 한 번은 효도를 하고 싶다고 한다. 감동적인 사연들이 있다. 암 투병 어머니의 치료비를 구하러 강도가 되었다나, 가난한 어머니에게 옷을 사드렸더니 옷을 입고 울다가 웃다가 하시더라나, 어머니 환갑 때 선물할 돈이 없어 업고서 덩실덩실 춤을 췄더니 엉엉 우시더라나….

이 땅의 아버지들 중에는 왜 이렇게 폭력가장이 많은지.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도 있고, 아이를 버린 비정한 어머니도 있다. 비정한 어머니에 대해서도 대다수 이해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먹고살려는 어머니에게 붙어 있는 혹으로 자신을 인식한 재소자들은 이미 어머니를 용서하고 있었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2년 05월 10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김천시, 2025년 주요 현안 정책간담회 개최..
제3회 신바람 행복콘서트 개최..
박성만 경북도의장, `억대 뇌물 혐의` 구속..
봄밤을 수놓는 선율의 향연..
‘제63회 경북도민체전’, 9일 김천에서 화려한 개막..
송언석 김천시 당협위원장, 당정 정책간담회 성료!..
김천소방서, 소방행정자문단 위촉 및 간담회 개최..
김천시 의정동우회, 배낙호 김천시장 예방 시정 발전과 상호 협력 당부..
조마면, 산불감시원 집체교육 및 간담회 실시..
증산면 주민 박희범, 후원물품 전달..
기획기사
김천시는 매년 차별화된 주거복지 정책을 선보이며,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5년에도 저출생 문제 해소와 시.. 
2024년 여름, 김천시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봉산면에는 시간당 8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 
업체 탐방
안경이 시력 교정의 기능을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그 역할이 변화해가는 트랜드에 발맞춰 글로벌 아이웨어(eyewear)시장에 도전.. 
김천시 감문농공단지에 위치한 차량용 케미컬 제품(부동액, 요소수 등)생산 업체인 ㈜유니켐이 이달(8월)의 기업으로 선정되었다. 선정패 ..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 편집국장 : 김희섭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I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38,537
오늘 방문자 수 : 9,129
총 방문자 수 : 98,047,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