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교정 프로그램은 종교단체에서 하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근년에 들어 재소자들 가운데 시(詩)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늘고 있다. 지금까지 영등포구치소를 시작으로 하여 영등포교도소, 안양교도소, 춘천교도소 등에 가서 재소자들에게 시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가르치고 잠깐씩 대화의 시간도 갖고 왔다. 영등포구치소에는 1년 가까이 다니면서 많은 재소자들과 친해져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년에 영등포구치소와 교도소는 구로구 고척동에서 구로구 천왕동으로 이사를 했다. 시내 한복판에서 외곽으로 이사를 간 것이다.
우리는 재소자하면 ‘흉악범’ 혹은 ‘범죄형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얼굴만 봐서는 폭력사범, 마약사범, 사기전과자, 절도전과자같이 보이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좀 짧고 죄수복을 입고 있어 그렇지 지하철에서 마주치는 장삼이사의 얼굴을 하고 있고 인자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이들도 있다.
나보다는 타인을 위해 살아간 이들, 인간 승리의 표본이 될 법한 인물들의 시를 돌아가면서 낭독시키면 다들 숙연한 마음으로 읽는다. 재소자 중에 시인으로 등단했거나 다년간 등단을 모색 중인 이들도 있어 그런 이의 시도 함께 읽는 경우가 있다. 어머니에 대해 시나 수필을 써보게 하면 가장 열심히 쓴다. 내가 교도소에 다니면서 알게 된 사실―언론에 보도된 흉악범이 아니면 자기 어머니한테는 여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가급적 숨긴다는 것.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들이 수감생활을 하는 도중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면회 오는 어머니도 있다. 이런 자작시를 읽다가… 대개는 다 못 읽고 울어 다른 재소자가 대신 읽어주어야 한다.
이 죄인을 죄인이라 부르지 않고/ 아들이라 부르시는 어머님은/ 천사가 맞으시죠// 늦었지만 불러볼 수도 만져볼 수도 없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죄인이 아닌 어머님의 아들로 고백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운 어머님! ―‘천사가 되신 어머님께’ 일부
행복으로 열 달 동안/ 인간 꼴을 품으시고/ 산고를 더없이 기뻐하며/ 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나를 탄생시키셨다/ 밤낮으로 지구는 돌았고/ 순하디순한 아기였을 땐/ 내가 어머니의 햇살이었다 ―‘어머니’ 일부
기성시인의 시보다 몇 배 감동적이다. 재소자들 중에 중졸, 고졸 검정고시 준비를 하거나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하는 이가 많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 경우 다들 꼭 한 번은 효도를 하고 싶다고 한다. 감동적인 사연들이 있다. 암 투병 어머니의 치료비를 구하러 강도가 되었다나, 가난한 어머니에게 옷을 사드렸더니 옷을 입고 울다가 웃다가 하시더라나, 어머니 환갑 때 선물할 돈이 없어 업고서 덩실덩실 춤을 췄더니 엉엉 우시더라나….
이 땅의 아버지들 중에는 왜 이렇게 폭력가장이 많은지.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도 있고, 아이를 버린 비정한 어머니도 있다. 비정한 어머니에 대해서도 대다수 이해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먹고살려는 어머니에게 붙어 있는 혹으로 자신을 인식한 재소자들은 이미 어머니를 용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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