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가 와글와글 울어대는 초여름 밤이다 누가 지휘라도 하는지 일제히 울어대다 잠시 멈추고 또 와글와글 합창을 한다. 그래, 너희들은 무슨 말이 그리 많으냐?
하기야 개구리 알로 태어나 올챙이였다가 개구리가 되었으니 할 말들이 오죽 많겠느냐. 개굴개굴 와글와글 쉴 줄 모르고 울어 댄다. 마치 사람들이 한 소리 들었다고 발끈하여 윙윙대는 그 소리랑 똑같다.
며칠 전의 일이다.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데 서로 생각이 다르다. 그냥 대충 하자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원칙을 정해 놓자는 사람도 있다. 사실 둘 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쪽에서 생각하면 저쪽이 주먹구구식이니 답답하고 저쪽에서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것을 딱 선을 긋는다 싶으니 이쪽이 인정이 없어 보인다. 집에 와 생각하니 모처럼 좋은 사람들끼리 모여 기분 좋게 밥만 먹을껄 이러쿵 저러쿵 내 목소리까지 보탠 것이 내내 찜찜하기만 하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놈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 있는지 어제는 저 일로 걱정, 오늘은 이 일로 걱정, 열 살 때는 열 살 대로 고민, 스무 살 땐 스무 살 대로 고민, 어디 한 번도 고민하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불혹의 나이가 되면 혹 하지 않으니 괜찮을 꺼다 했는데 하하, 불혹하고도 한참이 지났는데도 똑같이 고민한다.
백팔번뇌라 했던가. 없는 사람은 없어서 걱정, 있는 사람은 있어서 걱정, 좋은 사람은 보고 싶어서 안달, 그 좋은 사람이 싫어져서 또 고민, 사랑해서 열병이 나고 미워서 또 죽고,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팠다가 자식걱정에, 남편 걱정에, 내 주름살까지 걱정되니 진짜 우스운 일이다. 정말이지 하루도 빼지 않고 오만가지 걱정을 다한다.
그래서 중생이라 했는가. 그나마 삶의 노하우에서 조금 얻은 것은 “요놈 요놈, 오늘은 쌀벌레 같은 요놈의 걱정이 또 내 머릿속에 자리 잡았네. 하하 내일이면 또 다른 고민벌레가 또 들어올껄. 그래, 어차피 비워둘 수 없는 고민항아리라면 잠시들 들어 왔다 나가라고 하지 뭐!”이런 식이다
맨날 맑은 날만 있으면 꽃이 다 말라죽듯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야 곡식이 무르익지 않겠는가.
그러니 내 맘도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네 본다. 생각해보니 나이를 먹는다는 게 자칫, 마음의 크기를 그대로 있고 얼굴만 쭈글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하면 좋을까, 물건을 고르듯이 생각도 이것저것 좋은 것으로 골라 담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며칠 뒤면 부처님 오시는 날이다 이미 중생이 가지고 있는 온갖 번뇌를 108가지로 열거하시고 108개의 염주를 돌리며 108번 절을 한다.
나는 어디서 왔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온 죄를 참회한다. 내 눈으로 본 것만 옳다고 생각한 어리석음을 참회한다. 이 세상을 많고 적음으로 분별하며 살아온 죄를 참회한다.
그렇다. 다 어리석은 내 탓이다. 잠시 어두운 밤하늘에 연등하나 밝혀놓고 개구리 울어대는 그 소릴 다시 한 번 들어야겠다. 너 잘났네 나 잘났네가 아니라 그칠 줄 모르는 고민의 뿌리들, 옹졸한 내 생각들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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