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원내 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철우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서민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국회 개원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기만행위”라면서 “민주당의 조건 없는 등원”을 강력히 촉구했다. (다음은 의총발언 전문)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그리고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제 18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18대 국회, 솔직히 저의 이력에서 지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임기 개시 후 원 구성을 마무리 짓기까지 89일이 걸렸습니다. 당시 야당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조건으로 등원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씨를 안고 출발한 국회이다 보니 4년 내내 몸싸움으로 얼룩졌고 마침내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 전기톱과 해머가 등장했습니다. 급기야 바로 이 본회의장에서 터진 최루탄 사건은 폭력 국회의 결정체였습니다.
폭력국회, 방탄국회, 식물국회 등 국민들로부터 얻어먹을 욕은 다 얻어먹었습니다. 언론으로부터 실컷 뭇매도 맞았습니다. 4년간 본회의 개회일 수가 173일에 불과했다고 하니 정말 국민 보기에 면목 없고 송구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일하는 국회, 민생국회를 표방하며 출발했던 18대 국회였지만 결과는 이렇게 엉망진창이 돼 버렸습니다. 민생은 더욱 팍팍해지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18대 국회 마지막, 우리는 “국회가 다시는 이래서는 안 된다”며 국회 선진화법을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저는 아직도 그날 국회의장께서 두드린 방망이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 듯한데 19대 국회는 여전히 문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토록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겼던 18대 국회를 뒤로하고 새로운 19대 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지만 또 다시 반토막 국회가 됐습니다.
지금 본회의장에 있어야 할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왜 보이지 않습니까?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혹시나’ 했던 국민들 보기가 너무 민망스러워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여야 협상을 통한 원 구성 관행이 정착된 13대 국회 이후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선출 등 개원에 걸린 시간이 평균 54일이 소요됐습니다. 국회법 제 1장 5조에는 총선 후 첫 본회의는 임기개시(5월30일) 뒤 7일 안에 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법 규정에 따르면 바로 오늘이 법정 개원 시한입니다.
그러나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인 국회는 단 한 차례도 이 규정을 지킨 적이 없습니다. 법률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등원을 소수당이 정치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협상 무기로 활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18대 국회에서 국민들께 너무나 큰 실망을 안겼던 원죄를 속죄하는 마음에서라도 19대 국회 개원은 법정시한을 지켰어야 했습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국회법부터 무시한다면 상생국회, 민생국회를 아무리 외쳐봤자 공염불에 불과할 뿐입니다.
맹자는 불위유위(不爲有爲)라고 했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아야, 다른 어떤 일을 할 자격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지켜야 할 법도 지키지 않으면서 무슨 지분을 요구합니까? 국회가 법에 따라 등원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민주당은 국회 의장단 만이라도 선출하자는 새누리당의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등원하지 않겠다는 ‘인질정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야 말로 국회 지분을 요구할 자격이 없는 식물정당입니다. 민주당은 조건 없이 등원해야 합니다. 국민과 국가를 우선하는 자세로 국회에 들어와 국민들께 감동을 주는 정치, 희망을 주는 정치를 실현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동참해야 합니다. 흔히 국회를 “갈등을 녹이는 용광로”라고 합니다. 19대 국회는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타협해야 합니다. 그 장소는 바로 국회가 돼야 합니다.
야권의 등원 거부로 개원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갑니다. 민주당은 6월 개원에 맞춰 한명숙 전 대표가 2건의 반값등록금 관련법안을 제출했고, 박지원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해소법,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문제인 의원은 최저임금법을 제출하는 등 모두 20건의 친서민 관련법안을 제출해 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국회 참석은 거부하고 있습니다. 언제 이 법안들을 처리하겠다는 것입니까? 제발 속 다르고 겉 다른 이중적 행동, 즉각 중단하십시오.
17대 이후 번갈아 맡아 온 법사위를 양보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법사위를 장악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겠다는 발상이 아닙니까? 또 불법으로 당선된 주사파 출신의 김재연, 이석기 의원의 제명문제도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야 하지 않습니까?
민주당의 국회 등원 거부는 바로 국민을 속이는 기만행위입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서민정당을 표방한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민주당은 더 이상 민생을 발목잡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회가 손을 놓고 있어도 될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로 우리의 실물경제에 큰 타격이 우려되는 비상시국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에 촉구합니다. 19대 국회마저 18대 국회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국민 일각에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19대 국회 싹수도 노랗다고 절망합니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부의 좁은 현실만 바라보는 우를 범하지 말고 국회 밖의 고통 받는 넓은 현실을 바라봐야 합니다.
민생을 돌보는 생산적인 의정활동으로 막힌 곳을 뚫고 엉킨 매듭을 풀면서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 번 민주당의 조건 없는 등원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0. 6. 5 국회의원 이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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