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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예술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지난 22일 풍요와 안보불감증 속에서 잊혀져가는 관내 6.25참전용사의 가정을 방문해 위로하는 기회를 가졌다.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안보의식과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살아있는 안보교육 기회를 가진 것.
지난 2009년 호국보훈의 달 강원도 동해 해군 제1함대사령부를 방문해 동해문화예술회관에서 제1함대사령부 전체 장병과 동해 시장, 시의회의장,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위문공연을 한 바 있는 김천예술고. 김천에도 6.25참전용사가 거주하고 있는 것을 알고 대구보훈청에 의뢰해 세 명을 추천받아서 이번으로 3회째 위문방문을 했다.
학생회와 교직원회에서는 성금을 모금하고 선물을 준비해 각 학년별로 한 가정씩 방문하기로 조 편성을 해서 성금과 선물을 마련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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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학생대표 6명과 교사 3명은 개령면 동부리 성용구 참전용사 가정을 방문하고 2학년 학생대표 6명과 교사 3명은 개령면 서부리 정경원 참전용사 가정, 3학년 학생대표 6명과 교감, 교사 3명은 개령면 서부리 김순만 참전용사 가정을 방문했다.
위문에 나선 이들은 1년이 지난 지금은 건강한지, 다른 불편함은 없는지 궁금증이 앞섰다.
3학년 학생대표와 주광석 교감, 김성이, 장미주, 고종민 교사는 김순만 참전용사의 집을 방문해 위로하며 준비한 성금과 선물을 전달한 외에도 학생들과 함께 당시의 전쟁 상황을 소상하게 듣는 시간을 가졌다.
찾아가는 장소도 낯설지 않다. 매년 찾아가는 곳이라 내비게이션 없이도 바로 찾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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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는 아들 같기도 하고 손자, 손녀 같기도 한 교사들과 학생들의 방문에 기뻐했다.
집은 전형적인 촌가옥이지만 깔끔하고 가지런히 청소가 돼있었으며 여러 가지 화분의 꽃들도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당시 생사를 넘나들면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처절한 고통을 당한 참전용사가 나라의 도움도, 찾아오는 이도 없이 잊혀진 세월 속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86세의 고령에도 농사일을 하고 계시어 건강이 좋아보였으나 이제 여기저기 아픈 데가 많다고 한다.
“어르신 그 당시의 전쟁 상황을 얘기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자 한숨과 눈물이 동시에 쏟아졌다.
아이들의 귀와 눈은 참전용사에게로 향해지고 이야기는 시작됐다.
김순만 참전용사는 23살에 입대해 백마고지 전투를 비롯한 598고지, 제주도 등에서 전투를 하면서 군대생활을 무려 9년 반 동안이나 했다고 한다.
백마고지는 풀 한 포기 없는 아비규환의 고지를 뺏고 빼앗기는 혈투의 장으로 낮과 밤에 주인이 바뀌는 시체들의 야적장이 되다시피 한 전투였다
중공군의 화염방사기로 인해 참전용사는 피부가 삶겨지는 고통과 매복 중 옆에 있는 전우의 머리가 적의 총탄에 맞아 허물어지는 그 참상, 지표수는 피로 물들었고 물 위에는 사람의 기름기가 둥둥 떠다니는 그 물을 마시면서 철모에 벼와 보리를 넣고 곡괭이로 빻아서 죽을 끓여 먹으면서도 한 치의 땅이라도 적들의 손에서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처절한 전투 속에서 수백 번 수류탄으로 자살하려고 마음먹기도 했다. 그러나 자살한 전우들의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살아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되돌리곤 했다.
참전용사는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괴로운 듯 중간 중간 말을 멈췄다. 눈물을 손으로 훔치며 중간 중간 말이 끊겨 학생들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그것은 꿈이 아니었고 현실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아파올 수밖에 없다.
주먹밥 한 덩이에 무 2~3조각 담긴 소금국을 마시면서 참전용사는 사력을 다했다. 돌격 명령을 받고 사력을 다해 고지를 향해 전진하다가 기운이 떨어지고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후퇴하면 용서하지 않는다. 기관총으로 사살을 당하게 된다.
젊은 청춘을 죽음의 고통 속에서 시달리며 전력을 다해 조국을 지킨 6.25참전용사가 오늘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국가의 보살핌도 없이 경제적인 풍요로움과 국가안보의 불감증 속에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눈물 흘리며 조그만 마을 중턱에서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준비한 위로금 봉투와 선물을 전해 받은 참전용사는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난 전쟁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시던 김순만 참전용사에게 학생들이 따뜻한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하자 다시 자랑스러움에 밝게 웃기도 했다. 그 모습은 흡사 평범한 이웃집 할아버지 같이 느껴졌다.
전쟁사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지금까지 들은 어떤 안보교육 보다 값지고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과 남한은 그저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역사가 아직도 이렇게 진행되고 있고 아픈 기억으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김천예술고등 학생들은 뼛속 깊이 느끼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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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용사 세 가정 위문 방문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김천예술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성내동에 위치한 충혼탑을 찾아가 헌화하고 분향하는 기회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