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고는 하지만 연일 찜통더위가 대지를 달구고 있다. 무더위만큼이나 불쾌지수도 상승곡선을 끌어올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집사람은 어제 한낮 졸음운전을 하다 손자의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휴대폰을 받다가 마침 단속 경찰에게 발각되어 과태료 딱지를 받아 집에 와서야 재수 없이 걸렸다고 투덜대며 열을 올리는가 하면 사위 녀석은 불법 유턴하던 앞차를 들이받아 가벼운 접촉사고를 내고 역시 집에 와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로 자기의 정당성을 변명하느라 정신이 없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 와서 뭐한다더니… 이 더위에 불쾌지수가 쑥쑥 올라간다. 요즈음 전력난에 비상이 걸려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켜 놓았다가 단속 반원에게 걸려 주인과 옥신각신, 승강이를 벌이면서 짜증나는 여름을 보내고들 있는데… 이런 일 다반사가 무더위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가급적 불쾌지수(不快指數)에 열을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엄청난 더위에도 아주 지혜롭게 불쾌지수를 스스로 끌어내리는 민족이 있다. 인도의 한 이야기에 의하면 어머니가 세 아들 딸에게 호두를 나누어 주면서 나중에 어머니 몫으로 한 개씩만 되돌려 달라고 했다. 이에 맏아들은 썩은 호두를, 둘째 아들은 가장 작은 호두를, 그런데 딸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호두 중 가장 크고 예쁜 호두를 골라 어머니에게 돌려주었다.
이에 어머니는 첫째 아들에게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저주받는 태양이 될 것이다” 라고 했고 둘째에게는 “늘 울고 다니는 바람이 될 것이다”라고 했으며 딸에게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고 존경 받는 달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사실대로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인도의 해(日), 바람(風), 달(월) 생성 설화로 전해오고 있는데… 세상을 밝혀주고 만물을 길러주는 고마운 태양이 많은 사람으로부터 저주의 대상이 되는 나라는 인도뿐이지만 실제로 인도 비하르 지방은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으로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통행금지를 내릴 정도로 살인적인 더위가 계속된다고 한다.
얼마나 짜증나고 괴로울까? 또 불쾌지수는 어떨까 싶다. 열사병으로 모두들 쓰러질 것도 같지만 그러나 그들은 그 더위 속에서 가운데 숯불을 피워 놓고 둘러 앉아 체험을 통한 고행(苦行)을 스스로 받아들이면서 더위를 이겨내는 놀라운 지혜로 불쾌지수는 내리고 오히려 내서지수(耐暑指數)를 끌어올리는 상승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요즈음 연일 혹서주의보에 잔뜩 귀를 기울이고 긴장들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더위 앞에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을 본다. 예년에 흔히 있었던 더위인데도 올 따라 별나게 더위를 느끼는 이유는 뭘까. 편하면 더 편해지고 싶은 생각, 옛날보다 노동량은 줄고 냉방 기구는 더 많아졌고… 여타 조건들이 더 좋아졌기 때문에 내서지수가 더 낮아져서 작은 더위에도 감당키 어려워지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고려 속요 가운데 ‘더위 타령’이라는 노래에 보면, “불구덩이 같은 각시 품에서 비지 땀 서되 반 흘리면 불볕 삼복도 양풍추월(凉風秋月)이지” 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가 하면 ‘사흘 동안 땡볕 아래서 서마지기 피사리만 하면 더위를 모른다’는 말도 전해온다. 사실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한더위에 하루 2시간 정도만 조깅을 해도 내서지수가 상승하여 더위를 이길 수 있다고 하는데 인도 비하르 지방 사람들,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지혜를 참고 하여 찾아올 폭염을 이겨내는 슬기로움을 발휘하여 건강한 올 여름을 보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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