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교육청이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 온 폐교 매각 사업이 말썽이 빚어지자 황이주(울진) 경북도의원은 도교육청이 지난 10년간 293개교를 매각하면서 일정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황의원에 의하면 전원주택 건설 등 개인용도 사용에 어떤 경우엔 공개입찰을, 또 어떤 경우엔 수의계약을 해주는 등 기준이 일정치 않은데다 이미 연수원을 소유하고 있는 기관에 또 다시 같은 용도로 매각해 투기를 부채질했다는 유혹마저 사고 있다는 것이다.
또 매입자가 수의계약 등 유리한 조건으로 매입하기 위해 당시 제시한 사업계획과 달리 학교만 사들여 놓고 수년간 사업을 이행하지 않고 있거나 폐교 자체를 방치해 두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에도 손을 놓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들쭉날쭉 엿가락 기준
황이주 경북도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경상북도교육청 산하 각 지역교육지원청(이하 지원청)이 매각한 폐교는 모두 293개교.이 중 수의계약으로 매각된 학교 수는 절반인 146개교나 됐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전원주택, 농업생산기반시설, 주말체험농장, 노인휴양시설 등 개인용도로 처분됐다.
이처럼 지원청이 개인 용도로 매각하면서 일전한 기준 없이 어떤 경우엔 수의계약을, 또 어떤 경우엔 공개입찰 방식을 택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실제로 Y지원청의 경우 모 지역의 폐교를 2002년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는 안모씨에게 공개입찰로 매각했으면서, 2003년엔 다른 학교를 같은 용도로 박모씨에게 공개입찰로 매각했다. 또 다른 Y지원청의 경우 2001년 1월 모 학교법인에 수련원 용도로 공개입찰로 매각해 놓고 다음 달 이 법인에 인근의 또 다른 학교를 같은 용도로 수의 계약 처분하는 등 일정한 기준 없이 임의대로 처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교 매입은 부동산 투기용(?)
폐교들의 공통점은 인구가 그다지 많지 않은 농어산촌지역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한적한 곳에 수련원이나 연수원, 사회복지시설 등으로 활용하려는 매입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것. 특히 주변 경관이 수려한 강가나 해안가에 위치한 폐교들은 부동산 투자 가치가 높아 여윳돈(?)을 만지는 학교법인이나 기업들이 노리는 주요 대상이 된다. 실제로 경북의 모 학교법인은 도내 한 지역에 수련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6년 4월 모 지역 폐교를 공개입찰로 매입한데 이어 같은 해 10월 다른 지역의 또 다른 폐교를 12억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수의계약으로 매입하기도 했다.
또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도내 모 학교법인은 2002년 당시 많은 국내 유수한 기업체들이 연수원으로 사용하려고 눈독을 들였던 한 폐교를 ‘연구소와 교육문화센터를 건립, 운영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제출, 수의계약으로 매입해 놓고 지금까지 약속을 이행해 오지 않아 투기 의혹마저 사고 있다.
◆매각하면 끝, 사후 관리 나 몰라라 식
매각된 293개 폐교 중 당초 목적대로 활용되고 있는 학교 수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기존 건물만 철거한 후 방치해 두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학교는 사업 목적을 이행하지 않은 채 다른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등 사후관리에도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U지역의 한 폐교는 2005년 청소년심신수련원 용도로 매각됐으나 기존 건물만 철거된 채 방치되고 있고 또 다른 지역의 한 학교는 2005년 연수원 활용계획으로 매각됐다 다른 사업자에게 되팔리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지자체엔 상한가인 폐교
폐교 매입에 눈독을 들이는 지방자치단체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이 매입할 경우 수의계약으로 시세보다 헐 값에 사들일 수 있기 때문. 여기에다 주민생활 체육시설, 문화학교, 노인복지요양시설 등 다양한 용도 사용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고령군의 경우 이 기간 동안 나온 7개의 학교를 모두 매입했고, 청도군의 경우도 10개의 폐교 중 9개교를, 청송군의 경우엔 9개 학교 중 8개를 사들였다.
의성군 13개교, 예천군 10개교, 영주시 8개교, 영천시와 경주시가 각각 6개교, 군위군이 5개교를 매입했다.
황이주 의원은 “도교육청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현장 답사 등 2달 가까이 분석해 본 결과 경관이 빼어난 일부 학교의 경우 ‘투기꾼들의 사냥감’이란 인식을 떨쳐버릴 수 없을 만큼 일정한 기준 없이 매각됐다”며 “지금부터라도 기준을 세우고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 폐교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사회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황의원은 기자들에게 하반기 의정활동이 시작되는 7월부터는 도청과 도교육청 행정 전반에 대해 매월 1건 내지 2건 이상의 보도 자료를 직접 제작, 배포해 주는 것 을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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