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동산에 올라가 운동하다 우연히 발견한 고사리 밭에서의 고사리 꺾기 참으로 재미있다. 땅위로 쏙 올라와 갓난아기처럼 솜털 난 몸을 웅크리고 우리를 기다린다. 향기 맡으며 올해도 햇살 좋은 떡갈나무 사이 예쁜 고사리 꺾어 보려는데 장딴지가 따끔거린다.
바지에 벌이 붙어 깜짝 놀라 손바닥으로 힘껏 때려주고 정신없이 도망쳤다. 남편에게 벌한테 쏘였다고 하니 믿지 못한다. 빨갛게 붓고 단단한 멍울이 생겨 일주일간 가려움으로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벌 만나러 갔다. 후다닥,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눈썹과 입술을 쏘였다며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다.
“동맥에 쏘였다면 큰일인데 빨리 병원가야 한다. 암모니아수를 발라야지.” 수선을 피우더니 등을 돌리고 가만히 서 있다. “뭐해요?” 군대 갔을 때 배웠다며 오줌을 얼굴에 바른다.
옛날에 할아버지 산소 벌초하고 오다가 남의 무덤 앞에 남겨둔 풀 두둑이 보기 싫다고 낫을 들고 가더니 땅벌 떼를 머리에 둘러쓰고 나타나 병원에 간 후로 땅벌만 보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이튿날 아침 입술과 눈은 퉁퉁 부어 붙었고 등과 배는 사다리 모양의 수술 흉터로 유머 잘못하는 남편 몸으로 웃긴다. 일주일 후 모기약을 뿌려 벌집과 애벌레 부수고 괜찮겠지 했는데 오늘도 벌 두 마리가 윙 윙 날아다닌다.
“벌은 아닐 거야.” 남편은 우기는데 기가 막히다. 분명히 봤다고 해도 소용없고 가지 말라고 말리어도 듣지 않는다. 눈으로 직접 확인 하겠다고 다가가는데 이를 어쩐단 말인가.
“또 벌에 쏘여봐라!” 소리 치고 난 그곳을 떠났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부부의 즐거움이었던 고사리 밭, 불청객 벌과의 싸움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남편의 고집은 땅벌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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