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월요일 날씨 맑음 엊그제 은어축제를 다녀왔다. 우리는 반두잡이 체험에서 1등을 했다. 그래서 은어를 튀겨먹었다. 호호불면서 맛있게 먹었다. 봉화 은어 축제는 할 것도 많지만 여유롭게 즐길거리가 많다. 바로 이것이다. 놀이동산, 수상자전거, 맨손으로 은어잡기 체험이 있다. 우리 김천도 널리 알릴 수 있는 축제를 만들면 좋겠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일기장에 쓴 글이다.
어쩜 나랑 생각이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사실 인구 3만 5천명밖에 안 되는 봉화군에서 8일간 은어축제를 열었는데 전국에서 휴가를 이곳으로 올 만큼 대성공이었다. 놀란 것은 은어가 아니라 봉화사람들의 자세였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어느 빌라 앞에 차를 세웠는데 속으론 혼날까봐 걱정도 되었지만 그 집 주인이 창문으로 내다보며 “어디서 오셨어요?” “김천이요” “은어 많이 잡고 가세요”한다. 아하! 첫인상부터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다.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JC에서 모두 나와 안내를 하였고 군수님도 내빈들도 마이크를 버리고 반바지 차림으로 물속에서 같이 즐겼다. 은어 튀김은 시청직원 부인들이 맡았고 안전요원들도 모두 공무원들 같았다.
지난주에 김천에도 10일 간의 축제가 열렸다. ‘김천가족연극제’ 전국의 아동극 전문극단들이 참가해 아이들에게는 꿈과 사랑을 심어주고 가족이 함께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연극축제를 한바탕 연 것이다. 올해가 10회째이고 전국을 대표하는 연극제여서 그런지 하나하나 얼마나 성의 있게 잘 하던지 10일간의 선물 같았다. 연극놀이터, 과학체험전, 해외초청공연, 한여름밤의 패스티벌 등 봉계 초등학교에 오토 캠핑장을 열었고 포도 따기 체험마을과 직지사를 연계해 1박2일 투어코스도 있었다.
단순히 연극인들의 축제가 아니라 김천의 축제임이 분명했는데 무언가 좀 빠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김천사람들은 의외로 김천에 대한 애정이 많으면서도 다들 어디로 가고 이 좋은 행사에 오지 않는 걸까? 타지방사람들은 고사하고 김천시민들의 냉랭한 무관심이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행사장 측도 마찬가지다. 김천문화예술회관 광장에 분수대가 있는데 이렇게 더운 날 분수만 나왔더라도 아이들이 물놀이를 했을 것이고 보는 사람들도 시원했을 텐데 왜 켜지 않는지 모르겠다. 혹시, 그만큼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것은 아닌가? 그리고 김천을 대표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막식, 폐막식에만 나올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면 봉화보다 못할 것도 없는데 말이다.
요즘은 다 아이중심이고 가족중심이지 않는가. 특히 먹고 마시는 것보다 문화 체험시대이기 때문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김천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천 곤충전을 보면 더우기 그런 생각이 든다. 인구 4만 9천명 밖에 안 되는 예천사람들이 곤충전 티켓을 판매한다고 목숨을 건 것 같다. 조금은 심할 만큼 홍보에 나서고 예천으로 사람들을 모으려 애쓴다.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히 장사도 잘 될 것이고 부가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우리 김천!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범의 김천! 멀리서 찾지 말고 열 번이나 개최한 ‘김천가족연극제’를 활성화시켜보면 어떨까. 아이 낳기 좋은 김천, 아이 키우기 좋은 김천에서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년 여름 방학마다 가족연극제가 열리고 있으니 행운 중의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조금만 더 김천시 전체의 행사로 모두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의 연극축제가 될 수 있도록 키워보면 어떨까 싶다. 다시 말 해 은어보다 못할 리 없고 곤충보다 못할 리 없다. 아이가 일기장을 접고 잠을 잔다. 아마 그날 본 연극을 꿈 꿀 것 같다. 무더위를 날려준 ‘김천가족연극제’에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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