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늦둥이를 키우기로 결정 했다. 돈도 돈이지만 정성과 관심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어서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우리 집 늦둥이는 잠자는 걸 가장 좋아하는 고슴도치계의 미인으로 이름이 꽁이다. 위로 살짝 올라간 코에 까만 눈동자가 매력적인, 조금은 터프한 성격의 소유자다. 첫인상은 몸집이 너무 작아서 만지지도 못할 것 같은 앙증맞은 모습이었다.
특성상 낮에 많이 자고 밤에 활동을 한다. 한동안은 가족 모두 적응이 되지 않아 잠을 설친 적이 있다. 지금은 아무도 꽁이의 움직임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는다. 큰아이가 쓰던 손수건을 넣어 주고 냄새에 적응을 시키고 손 위에 올라오는 핸들링을 경험할 때까지는 마음을 열지 않았다.
냄새를 기억해 온 몸으로 기억하려고 입에서 하얀 거품을 내서 등 뒤 가시에 묻혀 냄새를 기억하는 안팅을 시도하고서야 꽁이도 안정이 되었다.
먹이는 하루에 두 번 주는데 갑자기 너무 커지면 어쩌나 걱정이 돼서 많이 주지 않는다. 태어난 지 두 달 되었을 때 데리고 와서 먹이도 빻아서 준다. 바닥에는 폭신한 톱밥을 깔아 주고 수시로 변을 치워 주어야 한다. 어지간히 부지런해서는 깔끔한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없다. 차지 않은 물로 이틀에 한 번 갈아주고 온도는 24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늦둥이를 키우는 재미에 빠져 있다. 얼마 전 서울을 다녀왔는데 꽁이가 걱정 된다고 야단이던 아이들과 깜짝 놀랐다. 청결한 집하며 꽁이의 상태로 봐서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 알 수 있었다. 말로는 관심 없는 척 하면서 아침에 밥 줄 때도 먼저 주고 밥을 먹었다고 한다.
배 쪽으로 손을 넣어서 안으면 앞다리를 머리 쪽에 붙이고 몸을 동그랗게 오므려서 쳐다본다. 까맣게 쳐다보는 눈을 보면서 이젠 키우는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가족이 모두 앉아 텔레비전을 볼 때는 늦둥이 꽁이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아이 셋을 키우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혹시 아프지 않을까? 수시로 들여다본다. 먹이를 잘 먹는지, 물을 먹는 모습, 더위에 잠을 잘 자는지 수시로 들여다봐야만 안심이 된다.
아침에 아이들도 잘 일어난다. 늦둥이의 아침을 주고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귀찮아하지 않는다. 꽁이를 키우면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지만 좋은 점이 더 많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처럼은 아니지만 분명 우리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늘 함께 숨 쉬고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
오늘 아침에도 그릇에 얼굴을 대고 한 쪽 발을 넣고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기분 우울해지는 가을날 누가 내게 이런 웃음을 선사해 줄 것인가? 무조건 기분 좋고 고마운 일이다. 늦둥이 키우는 재미는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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