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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아침 지평선까지 뽀얗다 이처럼 눈 덮인 새해를 열어주는 것은 지울 것 다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라는 뜻 묵은 마음으로는 한 해를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리라 황악산의 울다 잠든 나무를 감싸고 감천의 쓰러진 풀을 어루만지는 정도가 아니다 어머니처럼 밝고 따뜻한 얼굴로 쓰라린 가슴을 싸매주는 것이다 높은 데서 내려와 가볍게 볼 수 없는 쌓인 눈의 깨끗한 가슴에는 잘 쓰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썼다 지웠다 해도 하얗게 새살 돋는 흔적들 잘못 쓴 자리에 푸른 싹이 돋아나고 틀리게 한 말들이 스스로 용서가 되는 꿈 눈 종이를 우리 앞에 펼쳐놓은 것은 꿈을 마음껏 그려보라는 하늘의 뜻이리라 새해 첫 아침 가없는 햇살이 비친다 하늘 아래 송이송이 쏟아지는 하나님의 꽃송이들 이즈음 내리는 눈은 사뭇 다르리라 눈꽃의 치유로 환한 세상 열렸으면 좋겠다 권숙월 시인은 1979년 『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와 한국문인협회 김천지부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경북도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시집 『예수님은 나귀 타고』 『하늘 입』 『가둔 말』 등 11권을 상재했다. 수상경력으로는 시문학상, 경북도문화상, 경북예술상, 김천시문화상, 삼일문화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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