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밤 음악에 관한한 잡식성을 지닌 필자는 분에 넘치게 김천시립예술단에서 마련한 송년음악회를 무대 뒤에서 관람할 기회를 얻었다. 뮤지컬곡, 국악, 합창곡, 교향곡, 가요 등을 혼합한 2012 송년음악회를 관람하면서 산채 빕빔밥이 연상되었다. 황악산 산채 비빔밥은 전국 여느 명산의 비빔밥과는 별미가 있지 않은가. 타지의 그것과는 별미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근래 가격이 급상승한 만큼 음식의 질에서 고객에 보답을 해야 한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김천에서 여가 문화라야 담소와 식음, 고작 노래방 가기와 고스톱이 주류인 현실에서 점차벗어나며 근래에 전시회와 음악회, 체육과 공연행사의 개최 횟수가 증가하고 있음은 김천시민을 위한 복락이 아닐 수 없다. 세태는 옛날만큼 가족 구성원들 간에 사적인 공간을 밀착하여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져 가는 시대로 지나가고 있음에 특히 장년, 노년층을 위한 놀이와 문화적 기반, 프로그램들의 수요는 증가할 것인데.
무대 뒤에서 처음으로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음악을 선사하고자 혼신을 다 하는 감독과 지휘자와 출연자들 그리고 스태프들의 활동상은 감동적이었다. 무대 앞에서 보는 것과 비하여 이렇게 딴 세상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니. 무대 뒤의 많은 사람들의 노고로 말미암아 무대 앞의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수가 있다니.
2012년이 저무는 오늘 밤, 베토벤 합창곡 9번 “합창”이 우리 김천의 교향악단과 합창단으로 협연된 것은 감격이었다. 기악과 성악이 융합된 동서고금의 최고 명곡을 소도시 김천에서 실황으로 감상하다니! 집에서 음반으로 듣는 음감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음악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웅대 장엄한 걸작을 김천에서 생음악으로 듣다니! 시민들은 잊지 않을 것이다. 김천에 이러한 교향악단과 합창단이 있음에 자부심을 가지리라.
한국 가요의 원로 가수를 초청하여 장년 노년층 관객이 잠시 청춘시절에의 향수에 젖어보게 한 것은 김천시의 독특한 배려인가 보다. 음악 갈래와 공연 시간, 출연자의 곡목에 상호 균형을 잃지 않은 것은 소도시민의 음악적 취향을 잘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무료입장은 이 융합 비빔밥의 깨소금이었다. 시민들의 사정을 감안한 김천문화예술회관의 배려인가. 김천시가 서울 예술의 전당과 맞먹는 문화예술회관을 지니고 있음에 우리는 흡족해 하여도 좋을 것이다. 단지 국악 프로에서 그 출연진과 악기를 정통 국악인과 국악 악기를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민 관객들의 관람 매너도 수준급이었다. 김천시민들의 세대별 음악적 취향을 융합한, 송구영신의 비빔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 해의 고뇌와 보람을 버무려 새해의 희망으로 내걸어볼 수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근래 가격이 수직 상승한 황악산 산채 비빔밥보다 실속이 있었다. 한 해를 맞고 보내면서 김천시가 시민을 위해 차려준 융합의, 무료 비빔밥 앞에서 시민들은 수준 있는 매너로 답례하였다. ‘환희의 송가’에 환희로 답할 수 있었다.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백만인이여, 서로 껴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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