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둘, 하나, 펑! 펑!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한 장 달력이 훌쩍 넘어 간다. 골목골목 빨간 물결이 일던 대통령선거도 옛이야기가 되었고 입춘도 지났으니 겨울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은 멈출 줄도 모르고 정말이지 빨리도 간다. 오랜만에 친구와 전화를 하며 “이제는 예쁜 것도 싫고 안 아프면 좋겠다”던 말에 미스코리아도 별게 아니구나 싶었다.
얼마 전에 신년회 모임이 있었다. 지역에서 나름대로 큰일을 하셨던 두 분 고문님께서 길도 미끄러운데 지팡이를 짚고 오셨다. 그날 식사메뉴가 오리고기였는데 그것 한 점을 제대로 잡숫지 못해 남편이 가위로 서너 등분으로 잘라 숟가락에 올려준다. 그 창창한 패기는 다 어디로 가고 고기 한 점 씹기가 어찌 저리 힘들단 말인가!
어제는 이모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꽃다운 얼굴은 어디로 가고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 음식도 제대로 넘기질 못하신단다. “이모”하고 전화를 했더니 소리도 크게 못 내고 흑흑 울기만 하신다.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새삼 피부로 느껴진다. 아무리 천하장사라도 나이 앞엔 어쩔 수 없나보다 인간이 나이 먹고 늙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누구라도 겪게 될 과장이건만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처럼 인생이 그렇게 저물어 간다. 하지만 100세가 되어도 건강하게 사시는 분도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전국노래자랑에서 103세 할아버지가 나와서 그렇게 노래를 잘하더라고 어머니한테 들은 것 같다. 실제로 아침저녁으로 만나는 101세 할아버지 한분도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아직도 여자가 손 잡아주면 그렇게 좋아하신다.
가만히 옆에서 보니 장수하는 사람들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늘 적당하게 드시고 늘 기분 좋게 지내는 것이다. 과학이 밝혀낸 장수비결 일곱 가지에도 보면 첫째가 소식(小食)인데 미 국립보건원(NIH)에서 실험한 결과 식사량30%를 줄이면 수명이 40%늘어나고 질환 발병률이 18%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체온, 적절한 자극, 성공과 학력, 긍정적인 태도, 배우자, 주거 환경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렇듯 개인의 노력에 따라 건강하게 지내는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인간은 나이를 먹으니까 노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잃어버렸을 때부터 늙는다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보니 몸이 건강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믿고 희망을 잃지 않았던 자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까 왕성하게 일하는 사람일수록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이제 누구나 맞이할 100세 시대를 앞두고 건강하게 사는 것을 준비하자 아직 백세가 되려면 한참 남았지 않는가.
이모님과 두 분 고문님을 보며 건강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아프면 본인만 손해다. 누구나 다 아는 것, 적당히 먹고, 운동 잘 하고 일찍 자고 좋은 생각하고 뭐 이런 생활습관들이 노년을 결정한다는 것을….
곧 봄이 올 것이다. 꽁꽁 언 땅을 녹이고 연초록 새싹이 돋아나겠지. 우리 몸 세포도 하나하나 다시 깨어나는 누구에게나 오는 새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필립스는 “사람은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는 것”이라 말했다. 세월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잘 익은 좋은 포도주가 될 것이니 걱정 말고 오늘 하루하루를 잘 살자. 가능하면 기분 좋게, 활기차게 하하 웃으며 살자.
그래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남의 도움 받지 않고 내 몸 내가 건강하게 지니다 가는 그런 우리가 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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