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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산책-어머니

편재영(주부·교동코아루A)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3년 03월 07일
눈 내린 추운 새벽 어머니는 마당 한쪽 구덩이에서 나무 괭이로 샛노란 싹이 돋은 무를 꺼냈다. 큰 다라이에 담아 머리에 이고서는 시장에 가셨는데 어머니를 따라 학교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빈손도 무거운 험한 고갯길에 올라 잠시 쉬어가자며 손을 잡아주던 어머니는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다라이를 어머니와 간신히 바닥에 내려놓고 한숨을 돌린 후 조금 더 쉬었다 가고 싶어도 학교 지각할까 봐 마음대로 쉬지도 못하고 가야만 했다.
아직도 아픔이 가시지 않은 어머니 머리에 다라이를 이어 주려는 순간 무심한 똬리는 땅으로 떨어져 애를 태우기도 하며 한 시간 동안을 잠깐잠깐 쉬었다 가는 길에 어머니가 이야기를 하신다.

어머니는 아주 어렸을 때 우리 외할머니인 어머니께서 돌아 가셨으나 새로 오신 어머니께서 워낙 잘 해주어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고 하신다.
그러나 아버지는 첫돌이 지나서 할머니가 돌아 가셨는데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할머니 옆으로 다가가 젖 달라고 큰 소리로 울며 보채 온 동네가 다 울었다고 한다.

두 분은 비슷한 집안끼리 중매로 만났는데 어머니는 무서운 남편과 새로 오신 시어머니 아래 사느라 수많은 갈등과 번민 속에 정신을 잃고 방황하기도 했다
아픈 어머니 때문에 집안 어른들이 모여 회의를 한 결과 할아버지는 부모님과 한집에 살고 할머니는 사남매를 데리고 윗집으로 나가 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은 아버지가 술이 취하면 우리 집에 찾아 와 심한 말을 하고 고모들은 우리 형제들에게는 잘 대해 주지 않았구나!

그런 일 들 때문에 어머니는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
나도 열심히 공부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주위가 웅성거리는 장터에 도착되어 방과 후 어머니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학교로 갔다.
수업을 마치고 찾아가니 어머니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하고 아직도 팔지 못하고 남은 무 걱정을 하며 산동네로 올라가는데 나도 어머니 뒤를 따라갔다.
쌩한 바람에 장갑 낀 손은 시려오고 이 골목 저 골목 낯선 대문 앞에서 큰소리로 무시 사이소! 무시 좀 사이소! 라고 외쳤다.

가끔 대문이 열리어 들어가면 칼로 무를 싹둑 자르고 속에 바람이 들었다고 눈을 흘기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라도 더 팔아 보겠다고 사정하는 어머니가 싫어 나는 그냥 집에 가자고 졸라대자 어머니도 어쩔 수 없었던지 식당에 다 주고 말았다.
봄이 오면 무, 시래기, 고구마, 여름에는 참외, 채소들을 장날마다 머리에 이고 먼 길을 다녀오셨다 그래서 늘 고개가 아프다고 하셨나보다.

우리 집보다 가난한 사람도 장에 갔다 오는 날은 풀빵이나 국시를 사 먹고 왔다고 자랑하는데 우리 어머니는 집에 오면 뱃가죽이 등에 딱 붙었다고 하며 보리밥을 시래깃국에 말아 후딱 잡수셨다.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고 왜 그렇게 사셨어요, 어머니? 그러지 않아도 자식들 잘 사는데….

늘 일만 하느라 잘 하는 게 일 밖에 없고 늙고 병들어도 손에 만질 것만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자식들은 그 마음을 헤아려 드리지 못 한 체 저 세상에 가신지 십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신 후에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하던 아버지 만났으니 구경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드세요.
그리고 ‘아리랑’, ‘도라지’ 노래도 배우고 고운 옷 입고 춤도 예쁘게 한번 추어 보세요.

따뜻한 봄날 꽹과리 치며 동네 어머니들 모여 놀 때 숙자 어머니는 다 잘 하는데 우리 어머
니는 노래도 못 하고 이상하게 춤을 추어 부끄러워 숨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팔청춘에 학생인 아버지를 만나 시집 온 후 큰 소리 한번 못치고 자식들이 아까워서 꾸지람 한번 못 해본 우리 어머니, 칠남매 키우느라 바람 잘 날 없는 많은 세월을 밭에서 땀 흘리며 흙한테 하소연하고 위로를 받으신 걸 이제야 알았어요.

흙처럼 살다간 어머니. 자식들이 남의 눈에 꽃으로 잎으로 보이게 해 달라고 빌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아무 말씀 없어도 저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어머니를 통해 저를 봅니다.
저도 어머니처럼 삼 남매의 고향으로 아름답게 살겠습니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3년 03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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