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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경찰도 감정노동자이다

경북 김천경찰서 112상황실 근무 경사 최성태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3년 05월 10일
얼마 전 000그룹의 한 임원이 여객기 안에서 여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임원은 결국 보직 해임되었고 이 사건을 계기로 민원인이나 손님을 맞이하는 업무의 특성상 자신의 감정을 소모하고 다스려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피해상황이 주목을 받고 있다.

감정노동이란 '말투나 표정, 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직무의 한 부분으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려 노력해야 하는 일'을 말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위해 자신의 감정을 규제하는 행위, 고객을 중시하는 직종에 근무하는 직업군은 개인의 감정보다 고객의 감정을 존중한다고 해서 '감정 노동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가기관이나 기업에서는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다 보니 그에 따른 문제점과 심각성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민원인이나 손님으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듣거나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아도 항상 웃으며 친절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강요받는 현실 앞에 감정노동자들은 각종 정신질환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서비업에 종사하는 업체에서는 생산성 저하는 물론 소송문제로 골칫거리가 되므로 이에 따른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도 마찬가지이다. 112종합상황실에 근무하다보니 민원인 응대가 많고 각종 범죄신고 전화를 많이 받는다.

당장 조금만 불편해도 욕설부터 먼저 나온다. 지면상 표기하기 민망할 정도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마구 내뱉는다. 일선 파출소의 경우는 신고출동이 조금만 늦어도 짜증과 욕설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파출소에서 처리하는 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국가적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한 최상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처리하는 업무는 주취자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야간에는 주취자 처리로 인해 정작 경찰 도움을 필요로 하는 민원인이나 신고자에게 신속한 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편을 초래한다거나 원성을 듣기도 한다.

주취자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매일 밤마다 주취자로 인한 업무처리로 정작 중요한 업무는 뒷전으로 미뤄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 돌아간다. 또한 주취자 문제가 경찰업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경찰관에 대한 술주정이나 행패로 공권력 경시풍조가 만연하고 경찰력 낭비로 이어진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경찰 개개인이 받는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이다. 기업이나 일반 관공서의 업무는 주로 낮 시간에 이루어진다. 또 민원인들의 수준과 민원내용이 다르다. 경찰이 응대하는 민원인은 주로 범죄와 연관되어 있거나 정신이상자, 주취자 등이며 야간에 일어난다.

주취자 처리는 백번 잘해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한다. 주취자가 소란이나 난동을 부릴시 처리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인권문제 등이 관련되면 해당경찰관은 징계를 받거나 문책을 당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주취자 처리업무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경찰관은 온갖 폭언, 폭행, 욕설을 들어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하는 현실이다. 이제는 주취자 보호법 마련도 중요하지만 경찰관들의 고통과 심적 부담감을 들어주어야 한다. 경찰관들의 소신있는 법집행과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게 하려면 먼지 경찰관도 사람이며 감정노동자임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감정 노동이 과중해지면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약자에게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늘 짜증스럽게 변하게 되며 다른 선량한 민원인에게 불친절로 이어진다. 심할 경우 동료 직원이나 가족들에게도 짜증을 내고 화풀이를 하게 된다.

또한 자신이 못나서 이런 업무를 한다는 자기 비하를 하거나, 자기 존중심이 사라지고 감정 불감증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풀지 못해 화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면 업무 의욕상실과 심신의 피로가 겹쳐서 소화불량. 불면증.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심인성(心因性)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경찰관도 지극히 평범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며 감정노동자이다. 주취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로봇이 아니다. 이제는 경찰관의 감정을 생각해줘야 할 때이다. 그들도 사람이다.

경북 김천경찰서 112상황실 근무 경사 최성태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3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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