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토박이말 중에 결이라는 고운 말이 있다. 바람 한 점 없이 자고 있을 적, 작은 연못은 거울 면처럼 조용하다. 그 물에 날아가던 뭇 생명체가 떨어지면 떨어진 물체를 중심으로 해서 동심원을 그리며 작은 물결을 그리게 된다. 때로는 물속에 노닐던 물고기가 물 밖이 궁금해 수면을 쪼아대면 역시나 거기를 중심으로 또 다른 원을 그리며 아까 생긴 동심원과 서로 조우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긴 작고 여린 물결도 있겠지만, 너른 바다에 비바람을 몰고 와 큰 파도를 일으키며 화가 난 집채만큼의 큰 물결을 일게도 한다.
나무판자를 이용해서 켜거나 잘라서 무엇을 만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나무에도 결이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목각을 하기 위해 조각도를 이용해 다듬어 보면 결에 따라 파거나 새기지 않으면 거칠게 거스러미가 일어나거나 의도한 대로 새겨지지 않아 힘이 들었던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결을 따라 거스르지 말고 칼질을 해야 한다.
떼를 지어 나는 하루살이 무리의 날갯짓도 그 나름의 의미 있는 삶의 궤도를 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흔히 계절마다 찾아오는 철새들의 무리에서도 똑같은 의미를 볼 수 있다. 해질 무렵 주남저수지 위에 인간이 보기에는 정말 의미 없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가창오리 떼의 나는 모습에서도 흐름과 결을 볼 수가 있다.
계절이라는 것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따스한 대기의 바람결이 지구의 숨결이라고 봐도 될 성부르다. 한 겨울의 추위는 사람들의 행동도 적게 해서 자꾸 따스한 구석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며 추위를 받아들이는 표면적을 적게 하기 위해서 움츠러들게 된다는 건 과학이다. 사람의 삶의 궤적도 대자연의 큰 흐름인 춥고 더움에 따라 움츠러들고 때로는 활개를 편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국 이것도 크게 대국적 관점에서 보면 계절의 흐름도 역시 하나의 결임을 알 수 있다. 아주 짧은 시간의 반복내지 어떤 현상의 흐름의 반복적인 또 다른 형태가 더 큰 주기로 나타날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대우주의 숨결이 곧 우리들에게는 계절이라는 것으로 다가와 나무에게서는 하나의 부름켜를 형성해서 나이테라는 결을 더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본성을 살펴봐도 각기 나름의 결을 갖고 있음을 본다. 천성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기질인데 사람마다 그 기질이 다르다. 결국 태어날 때부터 가진 마음결의 차이에서 드러나는 결이 곧기와 굵기와 세기가 다름을 본다. 그 마음의 결도 다지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의 삶에서도 이와 똑 같아서 그런 결을 거스르면 크게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가 흔히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살이에서도 어떤 큰 힘에 맞서서 거스르려 하지 말고 순응하여 헤쳐 나아가면 일이 아주 쉽게 풀리는 것을 경험하게 됨을 선지식인들에게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의 마음결과 성품의 결을 곱고 곧고 아름답게 자라도록 우리 어른들이 본을 보이고 청소년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결을 다듬는 일에 힘써 아름답고 고운 성품이 되게 풀무질해야 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