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옥선(57세)씨가 중앙시조백일장에서 ‘밤 한 권’으로 4월 장원을 차지해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부여받았다.
덮은 책 갈피마다 잠 못 든 글귀들이/ 창밖 너른 흑판에 판서하는 별빛 편지/ 렘수면 구르던 안구 광속으로 닿는 곳 들어오는 어둠을 받아쓰는 책상엔/ 우리말 큰사전에 못 올린 낱말들이/ 누구나 읽은 동화처럼 표지 닳는 깊은 밤 낭송을 망설이는 찬 이슬 페이지에/ 마침표 혹은, 그러나 삽입하는 문장으로/ 사래 긴 글발 고르게 정서하는 동틀 녘 양옥선씨의 시조 ‘밤 한 권’ 전문이다. 심사는 강현덕·권갑하 시조시인이 맡았는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밤을 ‘책’으로 읽은 눈이 놀랍다. 좋은 시는 좋은 발견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잘 말하고 있다. 밤은 많은 이에게 휴식의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겐 창작의 시간이다. 화자는 ‘들어오는 어둠을 받아쓰는 책상엔 우리말 큰사전에 못 올린 낱말들이’ 놓여있다고 말한다. 치열한 창작의 현장이 눈에 보일 듯 생생하다. ‘누구나 읽은 동화처럼 표지 닳는 깊은 밤’이나 ‘낭송을 망설이는 찬 이슬 페이지’ 등에서도 이미지도 능란하게 구사한다. 셋째 수 중장의 음보가 매끄럽지 않은데 이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부산 출신으로 현재 부곡동에서 생활하고 있는 양옥선씨는 백수문학관 문학아카데미 시조창작반 수강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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