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14 05:10:2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원격OLD
뉴스 > 기고

제언-시를 읽어야 할 이유

이청(서양화가·부곡동)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3년 05월 30일
시가 반드시 세상에 있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시가 일용할 양식이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처럼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시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온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어떤 순간은 행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본과 속도로 모든 것이 평가되는 세상에서 그래도 다른 아름다움의 척도가 있음을 짐작해 보는 경험은 소중하다. 시는 언어를 극도로 예민하게 사용하면서 진실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다. 우리가 시를 읽고 그 투명한 언어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면 함부로 쏟아지는 이 세상의 넘치는 말의 허위를 서늘하게 바라볼 수 있다. 시를 읽으면 일상 속에서 무수히 뱉어낸 자기도 알지 못하는 관념이 문득 부끄러워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시를 읽지 않는다. 시를 쓰는 사람의 수와 시를 읽는 사람의 수가 비슷하다는 씁쓸한 농담은 시를 둘러싼 문화적 상황을 말해준다. 시보다 상품가치가 앞선 시대에 시의 위축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다.

대형서점에서 시집 코너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아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에 비해 시를 사랑한다는 찬사는 이제 민망한 것 같다.

시를 쓰는 사람들의 작은 모임은 여전히 움직이지만 독자는 시로부터 많이 떠난 것 같다. 영상매체의 득세로 문화적 환경이 변화한 가운데 새로운 시대의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화법을 찾지 못한 것도 원인이 아닌가 싶다. 근본적으로 한국 사회가 시의 시간으로부터 너무 멀어져 있다는 게 문제다. 삶의 구조가 시의 시간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한다. 무서운 속도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를 통해 작고 의미 있는 정지의 순간을 경험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어떤 사람은 시를 읽는다. 촉촉한 위안의 말을 구하기 위해서 삶을 지탱할 단단한 지혜의 잠언을 얻으려고…… 연인에게 전할 달콤한 말을 찾기 위해 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를 읽는 이유가 하나일 수는 없다. 그래도 시를 읽는 독자가 아직 이 땅에 있다는 점은 감사한 일이다.

오래 전에 돌아간 오규원 시인이 죽음을 앞둔 병실에서 제자의 손바닥에 손톱으로 눌러 써 준 마지막 시 “불타는 오후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오후다” 를 얼마 전 어느 문학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나는 그것을 더 잃을 것이 없는 한국시에 대한 암시처럼 함부로 읽었다.
중요한 점은 어떤 영상 매체도 시인의 이 절제된 문장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누군가가 카메라를 들고 이 문장을 재현 하려 한다면 그는 이 말의 투명한 깊이 앞에서 절망할 것이다. 그것이 언어를 통해 사람과 소통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할 이유이며 결코 시를 잊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이유다.
김천신문 기자 / kimcheon@hanmail.net입력 : 2013년 05월 30일
- Copyrights ⓒ김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네이버블로그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기업·취업·지역을 하나로 잇다”..
별빛 아래, 음악으로 하나 되는 힐링의 밤..
김천시, ‘슬기로운 농촌생활을 위한 귀촌교육’ 운영..
김천시, 위기가구에 먹거리·생필품 우선 지원..
김천시 율곡동, 도심에 유럽감성을 더하다..
김천시 지역 농업인들, 이웃돕기 성금 전달..
김천시 청소년문화의집 청소년참여위원회..
김천시, ‘돌봄특화마을’ 운영..
김천시평생교육원, 시민들의 ‘디지털 자신감’ 높인다..
봉산면, 9월 정례 이장회의 개최..
기획기사
민선 9기 제10대 배낙호 김천시장이 취임 2달여를 맞았습니다. 본지는 배 시장과의 특별 인터뷰를 통해 지난 소회와 함께 2차 공공기관.. 
한때 스포츠는 단순한 체육활동으로 인식됐지만. 오늘날의 스포츠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대폭 높이는 핵심 미래 성장산업.. 
업체 탐방
김천시는 2026년 6월 이달의 기업으로 ㈜명진에코화이바(대표 신동대)를 선정하고 지난 6월 30일 김천시청에서 선정식을 개최했다... 
김천신문 / 주소 : 경북 김천시 충효길 91 2층 / 발행·편집인 : 이길용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의숙 / Mail : kimcheon@daum.net / Tel : 054)433-4433 / Fax : 054)433-2007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아-00167 / 등록일 : 2011.01.20 / 제호 : 김천신문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4,244
오늘 방문자 수 : 24,842
총 방문자 수 : 117,349,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