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뒷동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꼭 한 달입니다. 비도, 바람도, 찌푸린 날씨도 한 달간의 아침산책에는 참 동무였습니다. 그 한 달 동안 제법 얼굴을 익힌 사람들과 가벼운 아침인사도 나눕니다. 야트막하지만 그대도 맨 꼭대기에 펑퍼짐한 땅에 놓여 있는 운동기구를 사용하여 이리 저리 몸을 흔들며 땀을 빼는 내 모습이 한 달 동안의 변한 가장 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전혀 바뀌지 않는 모습은 그 운동기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동네 아주머니들이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장터에서처럼 시끌벅적하고 정겨웠습니다.
“언니야 어제 옆집에 혼수품 구경 왔는데 기가 막히더라. 디기 잘사는 사우(사위) 맞은 모양이더라.” “니도 그~~ 가봤능가. 그시기 뭐라나? 허벌나게 마이 해왔뿌릿어.” “근데 언니야 조합에서 요번에 홍도에 간다카는데 언니 안갈 끼가?” “나도 여~도.(끼워달라는 말인 듯)”
경상도말, 충청도말, 전라도말인지 출처도 본적도 모르는 들은 적도 없는 동네아줌마 말들이 연신 까르르 웃음소리와 함께 터져 나옵니다. 오로지 관심 있는 것은 사는 곳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모습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멀찍이 혼자 철봉을 하는 아저씨가 들고 온 손 라디오에서는 연신 NLL이니 귀태(鬼胎)니 하면서 소위 먹물들이 한 바탕 입씨름을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모두의 더 행복한 삶을 위해 뽑은 사람들이 말 하나로 민생은 저만치 내버려두고 괴테(Goethe) 선생도 잘 모를(그렇지요 그 분이 한국이나 중국 사람이 아니니까요) 말의 의미가 어떠니 저떠니하며 싸움박질을 끊이지 않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존엄(?)을 무시했다는 말에서부터(실제 그와 같은 표현은 없었습니다만), 귀태라는 말의 사전적인 어미는 그와 다르다느니, 이미 사과하고 직을 사퇴한 마당에 민생을 져버리는 태도는 국정조사를 미루기 위한 책략이라느니 도무지 괴테 선생님이 아니고는 이 같은 흐릿한 이성이나 감성을 가진 백성으로는 알 수도 없는 말을 되뇌면서 내 말이 옳다고 악다구니를 씁니다.
정치권이라고, 소위 국회의원이라고, 정당이라며 언제나 국민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는 분들에게 분명히 말합니다.
오늘 내일을 살아가는 많은 이 나라의 말없는 서민들은 그런 말장난에 가까운 싸움이나 명분 따위에 목숨을 걸라는 것이 아니고 경상도고, 전라도를 가릴 것 없이 같이 사는 우리들, 이웃 간에 서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소위 삶의 질)이 가장 큰 관심이며 요청이고, 그렇기에 피땀 어린 돈을 주어가며 대표라고 뽑은 이유라고요.
마침 모 시의원 관련 소식에 선관위가 나서고 그로 인한 법률적인 제제가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정치를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분명하게 말합니다. 정치는 먹고사는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정치꾼들의 입싸움의 장이 아니기를 우리는 바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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