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오르는 시간이 점점 앞으로 당겨지는 것을 보니 한여름이 이미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가난한 사람도 이 계절에 가장 쉽고, 값싸며, 그렇지만 가장 좋은 운동이 맑은 공기와 정다운 이웃들과의 가벼운 몸 체조, 걷기 등일 것입니다. 깊지는 않지만 하늘을 향해 손을 쭉 뻗고 있는 소나무며 떡갈나무, 참나무, 셀 수 없는 들풀이 반갑습니다. 도심에서 울리는 차량의 연이은 움직임 또 그 굉음, 아우성대는 사람소리, 기계소리를 잊고 풀벌레의 꼼지락, 이름 모를 새소리가 마음을 쉬게 합니다.
그런데 삼복더위에 눈꽃송이가 어디 어울리기나 한 말입니까만 운동기구가 놓인 곳에는 눈꽃송이처럼 조금 전에 피우고 난 담배꽁초가 여기저기에 떨어져있습니다. 눈이 녹을 때 더러워진 모습을 그대로 하여……. 건강쉼터, 운동기구와 담배꽁초라는 조합이 ‘월남스키부대’만큼 우스개로만 넘기기에는 ‘거시기’(?)한 무엇이 있습니다.
건강한 몸을 위해, 기쁨의 쉼을 얻기 위해 산에 올랐는데 솔향보다 더 깊고 신선함, 더 귀함보다 또 지나가는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이 가득한 눈살을 외면한 채 산에 온 목적도, 다른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더구나 자연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미안함도 망각한 채 순간의 쉼을 위해 옹기종기 모여 한 모금씩 담배연기를 하늘로 날리고는 땅에 던져 버립니다. 한 입 가득 가래를 섞어서.
그들의 모습이 전 국민을 대표해 지금 정치한다는 사람들과 이리 이리 닮을 수 없습니다. 당선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못하겠습니까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선거 책임자들이 상대방을 깎아 내리기 위해 하지도 않은 전 대통령의 NLL 포기발언이며 근거를 제공했음직한 국가 공무원 조직의 개입과 댓글사건에 관해 국정조사를 결정하더니…….
밀린다 싶었는지 급기야 국가의 체면과 외국과의 외교문제에 망신살을 자초하기 위한 자료공개의 요구(그것도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합세해), 열람, 그러다가 그것이 없으니 누구의 책임이냐를 놓고 서로 암고양이인지 숫고양이인지를 따지고 드잡이 질을 그치지 않고 소위 일류대학과 외국에서 유학했다고 꼬리표를 달고나오는 자칭 정치전문가라는 이름의 앞잡이 꾼들이 방송이라는 확성기를 통해 가방끈이 원통스러울 정도로 무식하고 무례하면서도 무지한 일을 앞 다투어 벌리고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산에 올라놓고는 자신의 건강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그것까지 적극적으로 해 악을 끼치는 산속의 끽연자들을 절대 비난하지 마십시오. 그보다 몇 배 심한 일들과 싸움질을 계속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목적이나 내용, 방식, 나아가 정체성을 망각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포기하는 사람에게 대표라고 돈까지 주는 것이 바로 우리들인데요.
담배연기야 저 큰마음을 가진 산과 하늘이 다 감싸서 다른 사람에게 덜 피해를 주지만 지금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망령된 행위는 나라를 끝없이 힘들게 하고 사람들을 참으로 아프게 한다는 사실과 다시는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자들을 뽑는 어리석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또 그들이 주인인 줄 알고 공적인 일과 사적인 일도 구별하지 못하는 지방 대리점 영업사원 같은 조무래기 대표들이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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